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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전망 근거, 합리적일까 비합리적일까

조인스랜드

입력

[안장원기자] 주택투자는 합리적 투자심리를 바탕으로 할까, 비합리적 투자심리를 따르는 걸까.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에서 집을 ‘비합리적으로’ 산다는 것은 위험천만하게 생각된다. 적어도 수억원이 들어가는 집을 구입하는 데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자세가 당연하다. 당연히 합리적 투자심리가 주택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국제협력단 ODA연구팀 이상준 상임연구원과 한양대 경제학부 진창하 조교수의 ‘주택투자심리와 주택가격과의 관계에 대한 실증분석’이다.

우선 심리가 주택가격을 좌우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사실 기본인 셈이다. 주택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변수들은 전세지수, 소비자물가지수, 실업률, 주택건설실적, 종합주가지수 등이다. 국내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수치들이 주택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전후의 주택가격 동향을 대상으로 주택투자심리의 영향을 살펴봤다. 결론적으로 합리적 투자심리보다 비합리적 투자심리가 주택가격 변동에 더 큰 영향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합리적 투자심리는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상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비합리적 투자심리가 어떻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은 빠뜨리고 있다. 하지만 비합리적 판단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상황에서 합리적 판단의 여지는 적어 보인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정책이 냄비처럼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주택시장 참여자들은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전망을 예측하기 힘들다.

자연히 집값이 오를 땐 오를 것이란 기대에 부응해, 떨어질 땐 계속 떨어질 것이란 비관론에 사로잡혀 행동하게 된다.

자본주의 경제가 개인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게 요즘의 정설이듯 주택투자에 있어서도 비합리적인 판단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사람은 낙관적일 때는 한없이 낙관적으로, 비관적일 땐 한없이 비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

연인과 헤어지면 더 이상 세상을 살지 못할 것 같은 절망감과 비관에 빠지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새로 적응해서 잘 살게 된다.

8·28대책 후 시장 좋아졌어도 ‘비관적 전망’ 우세

이런 주택투자심리를 요즘의 주택시장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은 특히 서울·수도권에선 기나긴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집값 약세에 적응돼 있기 때문에 누구든 집값 상승을 예상하기 어렵다.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란 말보다는 집값이 계속 내릴 것이란 말이 귀에 더 잘 들어온다.

사실 8·28대책 이후 지역별, 단지별 차이는 있지만 집값이 올랐다. 거래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택시장은 침체에 빠져 있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8·28대책 이후의 가격 상승이나 거래량 증가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이다. 오랫동안 약세장에 젖어 있어서이기도 하다.

취득세 인하 등 정부의 각종 대책에 힘입은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주택 구입을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들이 주택구입 여부를 판단할 때 상승 기대보다는 하락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 동안의 집값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주택공급 감소 등을 감안한 ‘합리적’ 판단보다 집값이 떨어진 것을 목격해온 데 따른 ‘비합리적’ 판단이지 않을까.

돈 벌 생각은 접어두고라도 집이 필요하다면 ‘한번 질러보는’ 비합리적 판단으로 주택구입 판단의 기준을 뒤집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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