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둔군 감출 등 과격일변도|닉슨과 대결 확실해진 맥거번의 공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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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월10일로 박두한 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지·맥거번」상원의원이 1차 투표에서 동 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전망이 밝아졌다. 뉴요크주 예선으로 마감된, 3월부터의 예비선거에서 그가 확보해 놓은 대의원 수가 1천3백17명에 육박(지명획득에는 1천5백9명 필요)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지명 가능성은 또 다른 요소들로부터도 찾을 수 있다. 첫째, 탈락한 머스키(대의원 수 1백68명)가 최종단계에서 맥거번을 지지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현재 민주당 안에 맥거번 선풍을 꺾을 「라이벌」이 없다. 세째, 만약 마이애미 전당대회에서 맥거번 저지를 위해 민주당이 구 정치인을 택할 경우 「맥거번」주위에 팽배한 모든 개혁요소가 소외되는데서 오는 당 자체의 분열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이유로 11월 선거에서 「닉슨」과 대결할 것이 확실시되는 맥거번의 공약들을 살펴보면-.

<국방>
월남전을 무조건 종결시키고 8백34억「달러」의 현 국방예산을 3년 안에 3백20억「달러」나 삭감하겠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국방규모의 축소(별표)를 주장하는 자신은 그러나 단순한 평화주의자가 아님을 강조한다. 단지 미국안보에 대한 위협은 외부에서보다 오히려 국내사회 붕괴위협에 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 커다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둔군을 일방적으로 56% 감축하겠다는 그의 제의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NATO군과 「바르샤바」 동맹군 사이의 힘의 평형으로 공격이 아닌 방어군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의 견해 가운데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대「아시아」군사정책. 「아시아」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이 미국이익에 부합치 않는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그는 「이스라엘」은 적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겠다면서 「사이공」정부는 포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사이공」정부는 오래 전에 국민의 신임을 잃은 부패 독재정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한국은 북괴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주한 미군은 철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맥거번은 미국내 문제를 국제문제에 초월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는 국방예산삭감안 등에 관해 50여「페이지」에 달하는 계획서를 작성하면서도 아직까지 명확한 외교정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경제>
「맥거번」의 기본경제정책은 국방비를 줄이고 사회복지비를 늘리며 미국경제에 중앙집권적 요소를 불어 넣어 서구경제 체제와 흡사한 것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중경제로 지칭되는 그의 경제정책을 가리켜 「프랭클린·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이래 가장 혁신적인 경제개혁이라고도 평하고 있다.
「맥거번」은 「닉슨」행정부의 『몸과 마음이 모두 대기업에 의해 점유돼있다』고 비난하고 대기업 팽창을 억제하겠다고 말한다. 실업자에 대해서는 연방정부가 공공사업을 마련, 직장을 제공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세제개혁>
맥거번의 경제공약 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2백80억「달러」의 세수증대를 노리는 세제개혁. 주요대상은 물론 대기업의 법인세로 약1백70억「달러」의 세수증대를 예상한다. 국방비 삭감과 세제개혁으로 생기는 돈은 중간 소득층(1백40억「달러」)과 저소득층(2백90억「달러」)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맥거번의 공약에 대해 「닉슨」측은 대응책이 이미 추진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월 미군 철수는 이미 진행 중이며, 인플레 억제와 실업대책으로 적자예산과 임금·가격통제책을 채택하고 있어 맥거번의 과격한 공약보다 호소력이 크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과격한 외교·국방·복지계획에 반대하게 마련인 노동자와 농민도 맥거번을 지지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고려할 때 「닉슨」은 11월 선거에서 고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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