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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퇴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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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7일에 있었던 「사또」수상의 퇴진선언을 계기로 자민당은 7월5일의 임시 당 대회에서 새 총재를 선임하고 이어 10일에 임시국회를 소집, 내각 총사직 및 수상지명 절차를 거쳐 즉시 조각에 착수한다는 일련의 「스케줄」을 마련했다. 자민당 각파 후보들도 잇달아 출마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활발한 다수파 작에 나섬으로써「포스트·사또」를 에워싼 일본의 정국은 급작스레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바람을 몰아온 「사또」퇴진이 뜻하는바와 청신호가 켜진 후보경쟁의 양상을 추적해보면-. 【동경=박동순 특파원】

<그 의의>「전후」청산의 정치적 계기|일의 좌표 재 설정 작업은 주변국에 큰 파장|체질개혁 요구 따른 「타의」
병으로 은퇴한 「이께다」수상의 뒤를 이어 수상직에 오른 후, 4선·7년 7개월의 일본내각사상 최장기간 연속재임 기록을 세운 「사또」수상의 퇴진은 한마디로 「전후」의 종결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재임기간의 대부분을 일관해온 「사또」정권의 정책 기조는 대외적인「반공냉전외교」와 대내적 「대기업 우선 정책」이었으며 대미경사와 생산제일주의가 그 배경을 이루었다. 그러나 미·중공접근과 중공의 「유엔」가입 및 미소해영 등 국제환경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동시에 GNP자유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심화하는 공해·소비자물가앙등과 교통전쟁등 심각한 고도성장의 주름살을 배태하면서「사또」정권은 그 전후적 체질에서 탈피, 급격한 주변정세변화에 상응하는 기조시회의 요청에 당면해 왔었다.
「사또」퇴진은 이러한 『일본의「딜레머」』를 벗어나 명실공히 「전후」를 청산하는 정치적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사또」정권의 업적으로서 한결같이 지적되는 것은 「오끼나와」반환·한일국교정상화와 경제적 고도성장이며 그 저변에는 미일안보체제의 「틀」에 안주한 「전후처리」 및「경제제일주의」에의 강력한 지향이 잠재해 있었다.
그러나 「어깨너머 외교」로서 일본 조야를 들끓게 한 「닉슨」중공방문과 섬유규제를 비롯한 「달러」방위정책 등의 이른바 「닉슨·쇼크」가 은사 「요시다」 수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사또」수상의 친미노선을 바탕에서부터 뒤흔들고 「검은 안개」로 불리는 「스캔들」이 잇닿는가하면 안정정권을 뒷받침 삼은 경제제일주의는 「인간부재의 정치」로 지탄받아 일·중공국교정상화, 본격적인 사회개발 및 경제발전에 상응하는 자주외교노선의 확립이라는 일련의 체질개혁에 대한 요청이 강력하게 제기됐으며 따라서 표면상 임기를 남겨둔 「자의」의, 후계자를 위한「사또」퇴진이 사실상은「타의」의 퇴진이라고 규정되기도 한다.
차기정권은 이렇듯 산적한 새 과제에 대처하는 적극적 움직임을 나타낼 것을 예상할 수가 있다. 따라서 미·일 관계의 재조정, 일·중공 국교정상화, 일·소 평화조약과 이에 관련한 원화 대책 및 대 북괴 관계 등에서 「포스트·사또」의 정세는 눈부시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일본의 좌표재설정 작업은 주변국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쳐올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파장의 심도는 차기집권자로 누가 뽑히느냐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 명백하다.

<후계경쟁>중간파 포섭 난항·재계선 「등거리자세」 견지|복전·전중 각축전 본격화|선명한 탈 사또 체제 없어
「사또」수상의 퇴진선언이 있던 같은 날 「오오히라」씨가 정식으로 출마의사를 명백히 했으며 「후꾸다」 「다나까」 「미끼」 「나까소네」씨 등도 간접적으로 나마 출마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차기 수상직을 노리는 자민당후보들의 총재선임을 싼 각축전은 예상했던 대로 5파전의 양상을 나타내고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총재선거대책본부를 마련, 음양양면의 작전을 전개해온 각파후보들의 움직임은 퇴진선언을 계기로 완전히 양성화되어 다면적인 포섭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렇듯 이른바 「삼각대복」에다 더하여 중증근씨까지 경쟁에 나서고 각 후보가 끝까지 사퇴하지 않는다면 어느 후보도 제1차 투표에서 필요한 단독과반수(자민당의원 및 원외각 현 대표 총 4백78명중 2백40표)를 얻기는 어려우리라는 일반적 전망이기 때문에 상대파잠식 및 제휴를 통한 「합종연형」의 복잡 미묘한 금후의 움직임이 극히 주목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이미 나타난 두드러진 움직임으로서는 ①그 동안 줄곧 명백한 태도표명을 보류해온 「사또」수상이 퇴진선언 직후에 있었던 복전 후보와의 접촉에서 복전 지지 노선을 어느 정도 뚜렷이 했으며 ②자민당 안의 복전 지지「그룹」이 전중계와 맞서 별도의 모임을 마련, 행동통일을 다짐함으로써 「사또」파가 일단 양분되고 ③각 후보들에 의한 맹렬한 수전·추명·석정·선전 및 원전 등 중문각파 포섭 공작 속에서 이들 중간각파 실력자들은 17일 밤 반복전「4파 모임」에 출석치 않기로 했으며 ④전통적으로 비중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계가 각 후보들에 대한 「등거리자세」를 견지하고있다는 점등을 들 수가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1차 투표에서는 복전·전중량씨가 수위를 다투게될 형세이며 따라서 「사또」수상의 복전씨에 대한 「선양노선」을 저지하려는 대평·전중·삼목·중증식 등의 동상이몽 격인 4파 연합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초점은「좌등·복전」과「전중·대평」의 대결로 압축돼가고 있는 느낌이다. 다만 이러한 총재경쟁은 정책대결이라기보다는 오랜 인맥·의리·은의 관계와 때로는 금전욕에 영향받는 것이기 때문에 파벌역학과 자금동원이 사태를 크게 좌우하며 그런 점에서 전형적 관료출신으로서 굳혀진 기반을 갖는 복전씨가 약간은 우위에 서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전중·대평씨가『보수 속의 「리버럽리스트」를 자처, 탈「사또」체제를 내세우고는 있으나 큰 테두리로 보면 「사또」체제의 체취를 완전히 탈피한 선명한 탈「사또」노선을 내세우지는 못하고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번 대결은 「정책경쟁」이 아니라 「정책표현의 경쟁」이라고 할이만큼 「탈 정책」의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아직도「사또」수상의 최종적 태도가 사태를 결정적으로 가름하리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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