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법조계에 첫 여성 재판소장|신석 가정재판소 소장 삼연가자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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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직도 여성이 진출하기는 어려운 분야로 생각 되어오던 일본 법조계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재판소장이 탄생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최고재판소는 15일 판사이동발령에서 동경지방가정재판소 판사「미부찌·오시꼬」여사를「니이가다」가정재판소장에 임명했다.
『외부의 압력이나 잡음에 신경 쓰지 않고 신념으로 재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재판소 안에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미부찌」재판소장의 첫 발언이었다.
14일 동경지방가정재판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미부찌」여사는 상냥한 미소와 부끄럼마저 느끼는 것 같은 표정이면서도 침착하고 다부진 태도였는데, 법조계에서 30여년간 쌓아온 경륜에서 얻은 것인지 자신에 넘쳐 있었다.
복도현 출신의「미부찌」여사는 38년 명치대를 졸업, 고시 사법과에 합격했지만 그때는 여성이 판사가 될 수 없는 시기여서 7년간 변호사로 활약하다 45년 이후 법개정으로 비로소 재판관이 되었었다.
『판사는 남자에게만 한한다는 당시의 임관 규정에는 너무나 분했고 또 충격적이어서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흥분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45년이래 동경지방 가정재판소 판사로 소년·민사사건을 담당했고 현재 여성법률가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부군은 같은 법조계의 인사인 삼연건태랑씨. 슬하에 2남3녀를 두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여성판사가 46명, 전 판사 중 2%에 불과하다.
「미부찌」여사는 최근 여러 가지로 문제되고 있는 사법의 독립문제에 언급,『판사는 신념을 기초로 재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되풀이 말하면서 임지에 가면 젊은 판사들과 이 문제를 중심으로 많은 대화를 갖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동경=박동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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