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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팍』회의장 주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청와대 뒤뜰서 만찬>
「아스팍」 대표들은 14일 저녁 박 대통령의 초대로 청와대 뒤뜰에서 「칵테일」을 들면서 환담한 뒤 만찬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사라신」 태국 대표가 『지금 태국에는 한국의 두 건설 회사가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면서 『도로와 건물만 보아도 한국의 성장을 알 수 있으며, 박 대통령의 영도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나는 오히려 태국의 발전상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으며 「타놈」 수상의 영도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아이찌」 일본 대표에게 박 통령이 『지난번 보았을 때보다 더 젊어졌다』고하자 「아이찌」 대표는 『대통령께서 더 젊어지고 더 건강해졌다』고 말해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흘리오크」 「뉴질랜드」 대표는 『3년만에 와본 서울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이같은 발전의 기저가 박 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 정신이라는데, 가기 전에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아야겠다』고 말하기도.

<정명화 연주에 박수>
각국 대표들은 청와대 만찬이 끝난 후 곧장 시민회관에서 베풀어진 「아스팍·페스티벌」에 참석. 김용식 외무장관의 안내로 2층에 자리잡은 대표들은 「마드리갈」과 선명회 합창단이 부른 각국의 민요와 정명화·정명훈 남매의 「첼로」와 「피아노」 연주에 박수를 보냈다.
「페스티벌」과 개막에 앞선 국기 게양식은 이번 「아스팍」에서 처음 시도된 것인데 외무부 관계자들은 각국 대표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고 했다.

<말연 연설문 수정도>
당초 이번 회의에 소극적이었던 일본과 「말레이지아」 대표단은 박 대통령의 문호 개방을 제창한 치사와 김용식 외무장관의 막후 접촉 등으로 적잖은 태도 변화를 가져온 듯.
『일본 뿐 아니라 다른 회원국들도 중공과 선린 관계를 갖도록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까지 해 놓았던 「아이찌」 일본 대표는 실제 회의에서 『일본이 중공과 선린 관계를 맺는 것은 이 지역 뿐 아니라 세계 평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부드럽게 수정했다는 것이며 「말레이지아」 대표도 강경 표현으로 되어 있던 연설문을 지워가며 조심스런 연설을 했다 는 것.
「아이찌」 대표는 그의 이런 수정이 『박 대통령의 치사 내용에 자극을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는데 한 외무부 소식통은 전날 저녁 김 외무장관과 늦도록 접촉하는 가운데 「아스팍」의 새로운 진로 모색을 걱정한데서 나온 것 같다고 풀이.
예상보다도 회원국들의 태도가 「아스팍」의 강화·발전을 바라는 「보수적 입장」으로 나타나자 김 외무장관도 14일 야간 작업을 통해 기조 연설문을 2장이나 수정했다고.

<중공과 국교 헛소문>
서울회의에서 가장 소극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말레이지아」의 「모하메드·스테픈스」 대표가 14일 하오에 도착,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차 회의 때부터 참석했다.
「스테픈스」 대표는 『「말레이지아」가 중공을 의식하여 「아스팍」 회의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에 『「말레이지아」는 아직 중공과 국교를 맺고 있지도 않은데 그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부인.
그러나 『계속해서 「아스팍」에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말레이지아」가 「멤버쉽」을 갖고 있는 한 계속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내일 일도 모르는 요즘 세상에 어떻게 장래에 대한 확답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그때그때 가봐야 알 것이 아니냐』고 반문해 여운을 남기기도.

<이 공보관장 초대연>
이번 회의를 취재하고 있는 외국 기자들은 외무부의 공보 활동이 미흡하다고 불편이다.
14일 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제2차 회의 도중 단 한번의 중간 「브리핑」도 없자 「디테르」라는 서독 기자는 『작년 「마닐라」 회의에서는 이렇지 않았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왜 제때 제때 공보 재료도 나오지 않고 「브리핑」을 두번 세번씩 연기하느냐』고 외무부 관계자에게 항의.
특히 외국 대표단의 공보관들은 수시로 자기 나라 기자들에게 회의 상황을 「브리핑」해 주고 있는데 반해 우리 외무부는 국내 기자들이나 비회원국 기자들에게 단 한번도 해주지 않아 외국 기자들을 상대로 취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이규현 해외공보관장은 이날 저녁 「아스팍」 회의를 취재중인 외신 기자들을 「코리아·하우스」에 초대, 저녁을 같이하면서 한국에 대한 그들의 관심사를 설명했다.

<임병직씨 조찬 초대>
이번 회의에 참석한 「로물르」 비 외상은 15일 아침 임병직 전 외무장관의 특별 초대를 받아 「뉴코리아·호텔」「코스모스·룸」에서 베풀어진 조찬회에 참석했다.
임 전 장관과는 50년 「로물로」 외상이 「유엔」 총회 의장으로 있을 때부터 아는 절친한 사이로 당시 6·25사변이 터지자 「유엔」군을 파견하고 중공과 북괴를 침략자로 규정하는 등 「로물로」 의장이 한국을 위해 많은 힘을 썼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이 박사 회고담 일석>
이 자리엔 백낙준 연세대 명예 총장, 손원일 홍보협회장, 김일환 반공련 이사장, 민병기 「아스팍」 사회 문화 「센터」 사무국장, 홍진기 중앙일보사장, 김상만 동아일보사장, 신범식 서울신문사장 등 각계 저명 인사 30여명과 「필리핀」측 「티로나」 주한대사와 「필리핀」 대표단이 모두 동석했다.
화제는 6·25가 일어난 해의 「유엔」 총회 얘기, 그 무렵의 이승만 대통령 정부 얘기 등이었는데 「로물로」 외상은 이 박사가 미국서 한국의 독립 운동을 할 때 그도 미국서 「필리핀」의 독립 운동을 했었다면서 때로는 이 박사와 함께 강연도 다니던 일 등 이 박사와의 일화를 얘기해서 회고담으로 구정을 되새기는 모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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