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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환경회의 저류|공해추방 내건 정치의 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오직 하나의 지구』를「슬로건」으로 5일 개막한「유엔」인간환경회의는 첫날부터 공해의「가해자」와「피해자」, 권력과 주민, 전쟁당사국과 반전주의자, 강대국과 중소 국간의 미묘한 반목으로 얼룩졌다.
이 같은 반목은 회의장 안팎을 불문하고 시종 공해「유엔」총회의 저류를 이루어 오늘날 국제정치판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 했다. 총 1백12개국 대표 약 1천5백 명이 운집한「스톡홀름」환경회의의 막 전 막후를 살펴보면-.
「스톡홀름」의「메랄렌」호반에 위치한「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환영 식은「스웨덴」왕「구스타프」 6세가 친히 나와 앉은 가운데「올라프·팔메」「스웨덴」수상과「캐나다」출신의「모리스·스트롱」사무총장의 환영사로「테이프」를 끊었다.
여기서「스트롱」총장과「발트하임」「유엔」사무총장은 벌써부터 강대국의 군비경쟁, 인종차별, 고도의 기술적인 전쟁, 경제적인 불공정과 빈곤 등을 공해의 원흉으로 들고 나와 「정치 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공해를 순전히 기술문제로만 다루려는 공해장본인 강대국의 의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와 같은 경향은 이미 며칠 전부터「스톡홀름」의 공기를 묘하게 이끌어가고 있었다.
4일『「베트남」을 위한「스웨덴」위원회』란 반전단체는「하이퐁」항에 대한 미군기의 폭격피해자라는 소녀「부이·티·마이」를 데려와 환경파괴의 가장 큰 요인이 전쟁이라는 식의 선전활동을 벌였다.
그런가하면「네덜란드」에 본부를 둔「따이뚱·그룹」(대동「그룹」)이란 생태학자들의 모임이 따로 회의를 열고 외국자본에 의한 후진국 자원훼손, 강대국에 의한 생산·기술·「에너지」·정보의 독점을 비난했다.
이튿날「울라프·팔메」수상이 은근히 월남전 규탄연설을 한 것은 바로 이러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그날 저녁「스톡홀름」의 각 일간지들은 일제히 일본 공해병 환자들의 도착과 활동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들은 미국대표의 일원이며 노골적인 친 권력파인 전 여배우「셜리·템플」의 사진과 일본의 태아 성 수 오 병 환자 판본 양(15)의 비참한 모습을 나란히 실었다.
『월남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미국사회는 변화시킬 필요가 없다』는「템플」의 발언과 『내 딸의 비참한 꼴을 보세요. 아빠도 죽고 이 애의 장래는 어떻게 하면 좋지요?』하고 호소한 판본양 어머니의 발언이 커다란 대조를 이루었다.
이들 일본환자들은 그곳의 자국대사관으로 몰려가『대석 장관은 여기서 큰 소리를 치지만 자기나라 환자들이나 제대로 구제하는 게 어떠냐』며 삿대질을 했다.
「스톡홀름」 밖에서도 하 민간인 자가용 비행장에「텐트」를 치고 버티는 미국「인디언」일단과 청년들이「히피」성 자연복귀를 구가하며 가끔 가두로 쏟아져 나와 월남전을 물고 늘어지곤 했다.
시내『인민의 집』에서 열린 본회의장 안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파나마」대표가 미국대표를 향해 미국이 새로 건설계획중인 제2의「파나마」운하가 완성되면 대서양 물이 태평양으로 몰려들어 그곳 생태계열에 교란이 일어날 터인데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일침을 놓자 미국대표가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알제리」「탄자니아」「브라질」「이란」등 제3세계 대표들도 덩달아 핵 개발, 남아의 인종차별, 「팔레스타인」문제들을 끄집어냈다.
미국대표는 공해대책 기금 1억「달러」모금을 제창하면서 인공위성을 통한 자료수집을 자제, 『경제학과 생태학의 공존』이라는 대단히 추상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다.
한편 소국들도 공해보다는 공업화에 혈안(?)이 된 나머지 선진국의 공해대책이 행여 자기네 무역구조와 근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보아 역시 미온적인 데가 있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포착해 이번 대회를 제3세계의 인해전술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중공의 계략이었다.
중공은 인간환경 선언문안 작성 위원회를 미국의 주장대로 27개국으로 국한하지 말고 모든 나라들에 개방하라는 등의 안을 내서 다수 표를 얻어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일부 강대국은 그 결과 선언문이 대기권 핵실험을 금지하고 환경보호사업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주도권 장악을 우려하게 되었다는 소식.
아닌게 아니라「프랑스」의 핵실험계획은 대표들의 반발을 초래해 회의는 갈수록 남과 북의 대결 상을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강대국이건 아니건 한자리에 모여 지구 구출작전을 숙 의하게 끔 되었다는 사실자체의 중요한 뜻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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