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 이어도 상공 방공식별구역 확대는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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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센카쿠(尖角)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이 우리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CADIZ)을 확장하면서 우리나라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것은 물론 한·중 간에 관할권 다툼이 있는 이어도 해역 상공까지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KADIZ를 이어도 상공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이어도 해역 상공이 오래전부터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포함돼 있고 우리가 이를 사실상 용인해왔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새삼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

 중국 측이 새로 발표한 방공식별구역이 한·중 양국 사이에 배타적 경제수역(EEZ) 관할권 분쟁이 있는 이어도 해역 상공과 KADIZ 일부를 포함시킨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정부는 이미 중국 측에 유감 표명과 함께 재조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이 재조정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정부는 중국의 CADIZ 운영에 협조해선 안 될 것이다. 예컨대 우리 해군 초계기는 매주 두 차례 이어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데 이때 중국에 CADIZ 진입을 통보할 필요가 없다. 또 중국이 계속해 우리 권리를 침해한다면 KADIZ를 확대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

 한편 이어도 해역 상공이 JADIZ에 포함된 것을 시정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왔으나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KADIZ를 이어도 상공까지 확장하는 문제는 고려하지 않아왔다. 이어도 상공 진입을 위해 일본 측에 사전 통보하는 것이 번거롭기는 해도 방공식별구역 개념이 국제법적으로 영토적 의미가 전혀 없고 우리 해·공군이 이어도 주변 수역과 상공에서 작전을 펴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굳이 한·일 간 분쟁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유엔군사령관이 1951년 설정한 KADIZ와 일본이 69년 설정한 JADIZ를 한·일 양국은 물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수십 년 동안 존중해왔음을 감안한 측면도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중·일 간에는 긴장의 파고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쟁에 한국이 말려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KADIZ를 이어도 상공으로 확장하는 일을 서둘 필요까진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이어도 상공에서 한·중·일 3국의 전투기가 적대적으로 조우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갑작스럽게 긴장이 높아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토적 의미가 전혀 없는 방공식별구역 문제 때문에 이런 갈등이 벌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해양 및 영공에 관한 권리가 조금이라도 위축돼서도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입장에 따라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