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대륙문화와 해양문화의 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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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관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백제는 고구려와 달리 해양제국을 건설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그려진 백제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고구려나 신라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백제는 한반도의 서해안에서 몸부림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약소국으로 묘사돼 있다.

  백제는 346년 즉위한 근초고왕 대에 접어들어 중국대륙의 국가들과 자웅을 겨룰 만큼 성장해 중국대륙과 한반도와 일본을 연결하는 해상제국을 건설했다. 뿐만 아니라 신라를 따돌리고 일본과의 독점 교역권을 확보했으며, 고구려의 평양성을 공격해 고국원왕을 전사시켰다. 백제는 중국대륙으로의 진출을 모색했는데, 고구려와 달리 서해안과 발해만을 따라 영토를 확장해 해안 중심으로 국력을 확장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당시 가야와 일본은 백제를 통해 중국과 교역할 수 있을 만큼 백제의 해상지배력은 절대적이었다. 근초고왕은 제후국이었던 왜나라에게 다양한 선진문물을 전해줘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신라의 진흥왕은 576년 화랑도를 조직해 엘리트 양성에 박차를 가했다.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은 654년 즉위한 태종무열왕 김춘추에 의해 완성됐다. 김춘추는 신라의 생존을 위한 고구려와의 동맹이 실패하자, 친당정책을 추진하며 신라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한반도지역에 대한 정복욕이 강했던 당나라와 신라의 정치적 연대는 백제의 몰락으로 이어졌고 내분으로 국력이 약화된 고구려마저 나당연합군에 무너지고 말았다. 삼국 중 가장 약체였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게 된 것은 아쉬움이 있지만 신라까지 삼키려 했던 당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불완전했지만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김춘추의 공로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고구려는 대륙문화를 중시한 나라였고 백제는 해양문화를 중시한 나라였다. 아쉽게도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은 한반도 일대의 패권을 장악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신라 말기 장보고가 보여준 리더십은 눈여겨볼만하다. 그는 신라인들을 납치해 인신매매하던 해적들을 소통하기 위해 청해진 대사로 임명된 후 완도에 본부를 설치하고 해적들을 소탕했으며, 해상로를 장악한 후 신라와 일본과 당나라를 연결하는 해상무역을 주도했다.

 그리스문명을 계승 발전시킨 로마제국은 지중해로 이어지는 중동과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대륙을 아우르는 위대한 제국을 건설했으며 대륙문화와 해양문화를 개방적이고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도약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중국대륙과 태평양을 뛰어넘어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고 한류문화를 확산시키며 일류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첫걸음은 우리 스스로 세계인들을 선도할 수 있는 일류국가의 시민이라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글로벌 대한민국을 확산시키는 일이다.

이영관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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