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빈도 무시한 선정이 산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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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7일 문교부는 중-고등학교 한문교육을 위한 기초한자 1,781자(중학교 888자·고등학교 893자)를 선정한 시안을 발표한바 있는데 이 시안은 첫째 우리고전문화 계승의 기초수립과 한문문화권과의 조화를 이룩한다는 한문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유효하다고 인정되는 한자, 둘째 중학교 및 고등학교에서 이수 가능한 수의 한자, 세 째 도의 이름을 제외한 인명·지명 등 동 유 명사는 고려치 않는다는 3개 원칙 아래 마련된 것으로 이것은 여러 가지 (종래 사용해온 문교부제정 상용한자 1,300자 외에 현행 고교한문교과서, 일본의 상용한자 1,850자와 미국의「예일」대학선정1,000자) 자료를 비교 추출하는데 있어서 애쓴 흔적이 엿보이며 대체로 무난한 것으로 생각된다.
중앙일보에서는 1966년, 그 당시에는 우리 언론계에 최초로 도입된「모노타이프」에 수용하기 위해서 1957년 11월에 제정한 문교부 제정한자 1,300자에다 중앙일보에서 따로 추출한 「666」자를 박가, 1천9백66자의 상용한자를 선정한바 있으나 이중에는 이번 문교부에서 새로 선정한 기초한자 (504자) 중 50여자(※각 유 계 교 기 뇌 도 양 여 연 능 빈 상 색 소 쇄 숙 승 신 아 여 석 와 자 유 유 유 윤 장 제 조 준 준 중 지 주 진 천 천 촉 안 태 택 투 포 함 핵 현 현 협 호 혹 홍)가 들어가 있어 중앙일보가 그때 수고한 보람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신문사에서 비교적 한자를 많이 다루는 실무자 외 한사람으로서 생각나는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요즘 우리 실생활과 관계가 많고 사용빈도가 잦은 글자 중 금융 융자 융 적 융해 융화 융합 등의「융」자, 체납 체 화 체재 연체금 지체 체증 체적의「체」자, 초점 초토화 초미 초조 노심초사의「초」자, 만찬 오찬 조찬기도회 등의「찬」자, 군대계급의 준위 소위 중위 대위 등의「위」자, 불황 상황 성황 황 단 등의「황」자, 궤도 상궤 궤도 궤 범의「궤」자, 탄신 생 탄 성탄절 석가탄일의「탄」자, 구미 구주 구라파 등의「구」자, 구인구독 구매조합 둥의「구」자, 농구 농성 농락 조롱 등의「농」자, 수사 수색 수소문 등의「수」자, 충심 충정 화 충 고충 절충의「충」자 등이 빠진 반면에 비 개 구 풍 폐 장 속 개 오 유 자 홍 탁 경 철 병 등등 빈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는 글자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철거 철군 철회 철폐 철퇴 철병 철수 철시 등 꽤 많이 쓰이는「철」자는 빠지고 아주 빈도수가 낮은 전철밖에는 별로 안 쓰이는「철」물론 일철 위철 동철 개철 역철 명철 복철 철적 철환철하 철부지급 등의 단어는 있으나> 자가 들어 있는 것과, 기념비 비각 비석 비문 비명 비각 둥의「비」자가 빠지고 노비 이외에는 잘 안 쓰이는「비」<비녀 비첩 비자 비복 비 부 등이 있으나 이것도 요즘 와서는 안 쓴다>자가 들어가 있는 것은 이해가 잘 안가는 점이라 하겠다.
또한「민」자를 넣을 바에야 고민 번민 민회 민사 등 민자보다는 획수도 적고 쓰기 쉬운「민」자를 택했으면 좋겠고「병」자보다는「병」(병탄 병설)자를 넣는 것이 어떠할까 한다.
필자의 과 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조」자<조=①막힐조(격야) ②어려울 조 (간난) ③근심할 조(우야) ④근칠조(지야) ⑤의심할 조(의야)>가「저」자 <저=①근 질 저(지야) ②막을 저(거야) ③무너질 저(회야) ④공갈할 저(공포) ⑤샐저(누야) ⑥나라이름 저(옥저) ⑦물이름 저(부풍수명> 인데 조( 조)자가「저」자 항에 들어가 있는 것은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다.
「저」항에 넣을 바에야 저지 저해 저 상의「저」자를 넣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자는 조간 조비 조심 조애 조험 조계 조지(이것은 저지가 아니고「조기」가 맞는 것임)조해(이것도 저해가 아닌「조해」가 맞는 것이다) 등 단어는 있으나 요즘에 와서는 전연 쓰이지 않고, 쓴다 하면 적조 격조 둥 편지 등에 쓰일 뿐이다.

<※조 자·저자의 음은 다음 세 가지 자전 등에서 참조하였음
①최남선 저 신문 관 발행「신자전」사-31P 부부 오여. 이 -46P 수부 5획
②장삼식 편 생 문 사 발행「대한 한 사전」(이가원 조명기 차상원 민태식 유승국 공동감수) 780P와 1623P
③홍자출판사 발행「최신홍자 옥편」234P와 552P>
끝으로 부기 하고자 하는 것은 일본에서의 상용한자도 각계 각층의 의견을 참작해서 여러 번 수정을 가한 것으로 기억되며 1948년에 제정한 교육한자 881자밖에도 1971년에 새로 신문술어 등 115자가 추가되었음을 볼 때 문교당국자도 우리 언론계에서 가급적 많이 쓰고 있는 한자에 대해서는 검토를 거친 후 과감하게 채택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 글이 문교부에서 7월중으로 확정을 볼 기초한자 제정에 일조가 되면 다행으로 여기겠다.
김 호<중앙일보 편집부국장 대우 교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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