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일 기자들의 평양발신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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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북괴를 방문했거나 방문중에 있는 일본 및 미국인 기자들의 북괴실정 보도를 보면 그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어 우리들의 특별한 관심을 끌만하다.
북괴는 작년에 있은 중공의 유엔가입과 도 올해 실현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공 및 모스크바 방문 등 국제정세의 격변과 긴장완화의 기운에 편승하여 지금까지의 태도를 표변, 미. 일등 서방국가기자들을 대거 초청함으로써 세계에서도 가장 호전적인 공산집단이라는 그들의 이미지를 바꿔놓기 위해 위장평화정세를 벌이는데 혈안이 되고 있거니와, 그 동안 평양을 비롯하여 북한각지를 두루 살폈던 미. 일 양국기자들의 헌지 보도들은 그야말로 천양지차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괴가 부는 피리에 발맞추어 그들이 바라는 선전효과를 완전히 대행하고 나선 것이 대다수 일본기자들의 보도 냉용이라고 한다면, 부드러워진 대미구호, 꽃으로 장식된 거리풍경 등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에 대한 철저한 개인숭배사상에 입각한 전국민의 무장화를 경고한 것이 미국 기자들의 보도내용인 것이다.
일본 정당대표 및 경제단체의 북괴방문에 수행한 일부 일본신문. 통신사의 편집간부와 기자들은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연일 그들의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 북괴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보도하면서 북괴사회가 마치 장미 빛 일색으로 덮여 있는 것 같은 보도를 해왔으며 그 중에는 특히 그들의 소위 노동영웅을 살리기 위해 여러 사람이 뼈를 제공, 이를 갈아서 새로운 뼈를 만들어 주었다는 식 등 터무니없는 엉터리 선전기사까지 싣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정당대표단이나 경제단체의 수행 케이스도 아닌 일종의 『특전』으로 방문허가를 받고 북괴에 체재중인 미 뉴요크. 타임스 및 워싱턴. 포스트지의 기자들은 오히려 미소 공세 속에 감추고 있는 북괴 지도자들의 적나라한 의도와 북한사회 실태의 진상을 파헤치려고 애쓰고 있음이 분명하다.
YNT지의 해리슨·솔즈베리 편집부국장과 셀리그·해리슨 워싱턴·포스트지 동경특파원은 그 평양발신보도를 통해 북괴를 『거대한 병영』으로 묘사하고, 개인숭배를 북한 전 주민에게 강요하고 있는 김일성을 가리켜 『북한의 절대적 통치자』로 지적하는 동시에 북한이야말로 『아마도(한 개인의) 반신 석고상. 동상. 초상화 등이 세계에서 가장 밀집한 곳』이라고도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괴가 공정한 보도와 논평자세로 세계에서도 그 명성이 자자한 YNT지의 솔즈베리 기자를 초청해 갔던 것은 그의 평양방문을 통해 전세계에 대해서는 특별한 선전효과를 노렸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가 평양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보낸 제1신은 우선 그 자신이 김일성의 초상에 압도됐다고 보도함으로써 이 나라에서 본 것은 다름 아닌 풍조화한 개인숭배와 철저한 교조중의 라는 것을 전세계에 여실하게 폭로한데 지나지 않다.
중공이나 북괴에 대한 일본신문과 기자들의 편파적 보도나 논평태도는 결코 작금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하겠으며 특히 중공에 관한 보도 태도의 편파성에 대해서는 이미 일본국내 자체의 식자층으로부터 서도 신랄한 비리의 표적이 되고있다. 북경에 상주특파원을 두고 있는 일본의 일부신문과 통신사는 수년저의 소위「문화혁명」중 사실대로의 보도와 논평 때문에 『반 중공활동』을 했다고 몰려 중공으로부터 축출된 일이 있는데 그 이후 일본신문들은 앞을 다투어 이런 축출을 면하기 위해 주은래의 이른바 정치3원칙을 준수키로 밀약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창피스런 사태에 대해 몇몇 일본신문들은 그 동업지들이 타국 정치가에서 타국정치가에게서 강요된 이 같은 정치 3원칙에의 굴복이 자유언론의 정도에서 크게 벗어난 것임을 지적하고 자신들만이라도 신문본연의 편집정책을 고수할 것을 의연히 다짐한 일까지 있는 것이다. 지사지국의 설치 허가를 얻기 위한 대가로서 또다시 평양에 주파경쟁을 벌이고 있은 일본신문인들이야말로 미국기자들이 보여준 의연한 태도를 본받아 크게 반성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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