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여권 소지자의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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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이른바 사이비 이민들의 빈번한 출입국으로 인한 갖가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앞으로 이민 여권 소지자들의 귀국을 대폭 제한할 것이라 한다.
이 방침에 따르면 이민 여권 소지자들이 2년 이상 이민지에서 거주치 않을 경우에는 교포여권을 발급해 주지 않으며, 이민 여권 소지자들의 일시 귀국도 1년 이상 현지에 거주한 자에 한해서만 허가해 주기로 하고, 6개월 이내의 단기 여행자의 일시 귀국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현행법상 재외 국민의 입국은 그가 해외 공관에서 발급한 유효한 여권을 소지한 자인 이상 적법 절차에 따른 입국 조사만 거치면 거부할 수 없게 되어 있어, 교포 여권이나 이민 여권을 가진 재외 국민이 입국하고자 할 때에는 입국 5일전에 당해국의 재외 공관장에게 입국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과연 무엇 때문에 취해지는 것이며, 또 그것이 꼭 필요한 조치인가에 대해서 단정적인 판단을 내릴만한 사례들을 알고 있지 못하다.
다만 최근 우리 국민 중 이민 여권을 가졌거나 교포 여권을 가진 일부층이 자주 고국을 드나들면서 보따리 밀수 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고, 또 이민을 가장하여 국내외에서 영업 행위를 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한조치를 단행하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의도일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오늘날 일부 부유 특권층 가운데에는 본국에 주소를 두면서 외국의 영주권을 얻기 위해 외국에 자주 드나들면서 이중 국적 취득을 노리는 자까지 많아졌으며, 또 정세 여하에 따라서는 재빨리 해외에 도피하려고 하는 도피성 이민 또한 적지 않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 같은 사이비 이민으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해 재외 국민의 입국 절차를 어렵게 하려는 뜻은 충분히 이해가 가나, 이의 일률적인 시행이 다른 선의의 사람들에게까지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해외 이주자라고 하더라도 가족이나 친지들이 국내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이들과의 접촉을 위하여 인도적인 견지에서 출입국 할 수도 있을 것이요, 또 부득이 일신상 사정에 의하여 일시 귀국 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정부는 일률적인 제한 조치만은 취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으로, 재외 국민들 가운데에는 현재에도 정부가 자신들의 권익 보호에는 이렇다 할 힘이 되어주지 못하면서 출입국 절차만 까다롭게 제한하려고 있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이들에게 더 한 의 가혹한 입국 규제를 하는 경우 이 때문에 재외 교포 전체의 사기를 꺾는 결과를 가져오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그 동안 수많은 재미 교포와 재일 교포들을 국경일 등 경축 식전에 참석시켜 조국의 부흥을 선전해 왔는바 이러한 교포들의 입국은 여러 면에서 좋은 선전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재외 교포들의 입국은 오히려 환영할 일이지 이를 일률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는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 국민들에게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 지원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정부는 그들로 하여금 좋은 민간 외교관의 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어야 할 것임도 강조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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