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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센카쿠 겨냥 섬 방어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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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과의 분쟁에 대비해 섬 방위에 중점을 둔 일본의 새로운 방위력 강화계획이 정해졌다.

 일 방위성은 21일 공중급유기를 두 배로 늘리고 최신 기동전투차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新)방위대강’을 잠정 확정했다. 신방위대강은 중장기 방위계획의 틀로, 다음 달 13일 각의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우선 신방위대강을 통해 중국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위협이나 서태평양 진출을 의식해 섬 주변 제공권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공중급유기를 4대에서 8대로 늘리기로 했다. 새로 도입하는 공중급유기는 차세대 급유기 KC6을 채택할 전망이다. 항공자위대는 공중급유기를 현재의 혼슈(本州) 중부 아이치(愛知)현 고마키(小牧)기지뿐 아니라 남부지역에도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센카쿠 등 남서제도에서 비행하는 전투기가 다시 혼슈로 돌아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남서 해역 상공에서의 작전범위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또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운영계획도 대폭 수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정권 시절인 2010년 말 발표된 신방위대강에는 배수량 7000t 급 대형 호위함을 추가하기로 했지만, 이를 바꿔 3000t 급 소형 호위함을 대거 추가 배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남서제도 등 낙도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 순발력과 기동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반면 육상자위대는 이제까지 방위전략의 주축이 돼 왔던 ‘소련의 본토 침공을 가정한 전차부대에 의한 상륙저지’ 전략을 수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현재 741대인 전차를 300대로 줄이고, 혼슈에 있는 전차부대를 전부 홋카이도(北海道)와 규슈(九州)로 옮긴다. 규슈에 병력을 집중하는 것은 중국의 해양진출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신 혼슈에는 주행성능이 뛰어난 최첨단 기동전투차를 새롭게 200~300대 배치한다. 이 장비는 바퀴 8개로 일반도로에서 시속 100㎞로 달릴 수 있고(기존 전차는 시속 50~70㎞), 105㎜ 포를 장착해 화력이 전차와 맞먹는다. 일본은 또 당초 계획대로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SM3)을 탑재할 수 있는 이지스함 수를 2척 추가해 총 8척 체제로 하는 것도 신방위대강에 담기로 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2일 “다만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감안해 이번 신방위대강에는 당초 계획했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검토’란 표현을 빼고 ‘종합적 대응능력의 보유 검토’란 표현을 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해병대를 모델로 한 낙도 방어 전담부대를 창설해 ‘해병대적 기능’이란 설명을 붙이기로 했던 당초 방침을 바꿔 ‘수륙양용 기능’이란 표현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하지만 표현만 바꿨을 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지향하는 방어 중심에서 공격능력 보유, 기동력을 중시하는 ‘양에서 질’로의 변화가 신방위대강에 강하게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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