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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반발 이틀째] 간부급 관망…평검사는 잇단 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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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국 검찰청과 법무부는 7일 공정한 인사를 촉구하는 성명이 잇따르는 등 하루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는 "강금실 법무장관을 성토하는 항의 성명이라도 내자"는 등 강경 분위기가 우세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인사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康장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간부들의 격앙된 분위기는 다소 진정돼 의견 발표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평검사들의 반발 성명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평검사들은 "검찰총장에게 인사권 등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우려 때문에 과격한 행동이나 발언을 삼가는 검사들이 적지 않았다.

◆ 법무부.대검=법무부 소속 검사 20여명은 이날 밤 법무부 청사 3층 법무심의관실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법무부와 검찰의 업무 분리는 지지하지만 이에 앞서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했다. 검사들은 또 "밀실 인사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검 간부들은 金총장이 康장관을 면담하고 도착한 오전 10시15분부터 직급별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대검 기획관.과장.연구관 45명은 회의를 마친 뒤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이 붙은 A4용지 세장의 발표문을 냈다.

한명관(韓明官) 대검 기획과장은 "공정한 검찰 인사를 위해서는 인사위원회의 심의기구화 같은 제도적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이번 인사도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도 장시간 회의를 했으나 공개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검사장들이 직접적인 인사 대상이고 康장관이 재협상 의사를 밝힌 만큼 의견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지검=서울지검 평검사 70여명은 더욱 강한 목소리로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공정성 보장을 요구했다. 대변인 역할을 맡은 공안1부 허상구(許相九) 검사와 조사부 이옥(李玉) 검사는 오후 6시쯤 서울지검 기자실로 내려와 '다시 한번 올바른 검찰 개혁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평검사들은 "법무장관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검찰 중립을 위해서는 검사 인사권이 장관에서 총장으로 이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검찰총장과 수뇌부에게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지검 부장과 부부장 검사 40명도 이날 오후 두시간 동안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평검사들과 달리 모임이 집단 반발 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 지방 검찰=창원지검 평검사들은 "검찰권 중립에 대한 내부 입장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수사를 유보하는 등의 과정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검찰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객관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 그대로 검찰 인사를 하지 않으면 수용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수원지검 평검사들은 '법무장관의 검사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이양하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김규섭(金圭燮)지검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법무장관이 검사 인사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지검 평검사들도 "정치검사를 청산하려면 적법 절차에 따라 전력(前歷)을 검증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순리임에도 무조건 검찰 간부들을 인적 청산하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결의했다.

김원배.강주안.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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