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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르는 아시아 미술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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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9월 상하이에서 연 크리스티의 경매 장면. 중국 본토에서 처음 열린 외국 경매사의 단독 경매로, 피카소의 ‘앉아 있는 남자’(1969)가 20억원에 팔렸다. 중국서 열린 경매에서 피카소의 작품이 팔린 것 또한 처음이다. [사진 Christie’s]

#1 .크리스티 홍콩은 23, 24일 아시아 20세기 및 동시대 미술 경매를 진행한다. 슬로건은 ‘아시아의 시대, 아시아의 미술’. 고가품 위주로 구성되는 이브닝 세일에는 쩡판즈(曾梵志·49), 구사마 야요이(84) 등 중국과 일본 작가는 물론 인도네시아의 리만퐁(1913∼88) 등 동남아 작가도 대거 출품한다. 한국 작품은 강형구(59)의 것이 유일하다.

 #2. 중국 본토의 문호도 개방됐다. 소더비는 28일부터 나흘간 베이징에서 첫 경매를 연다. 중국 국영기업인 거화(歌華)문화개발그룹과 합작해 ‘근대 거장들 : 렘브란트부터 피카소까지’라는 제목으로 서구 거장들을 다룬다. 올 9월 크리스티는 상하이에서 본토 첫 경매를 열며 ‘중국 내 경매 사상 최초 피카소 작품 거래’라는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아시아 미술시장이 뜨겁다. 경매사뿐만이 아니다. 뉴욕에 본사를 둔 페이스 갤러리는 일찌감치 베이징에 지점을 열었다. 가고시안·리만 머핀·갤러리 페로탱 등 세계적 화랑이 홍콩에 둥지를 틀었다. 요즘은 상하이가 각광받고 있다. 자유무역지대 출범이라는 호재가 있다. 한국에서는 학고재 갤러리가 다음달 20일 상하이 지점을 연다.

 미술관 신설도 활발하다. 홍콩특별행정구가 조성 중인 서구룡문화지구에는 M+시각문화박물관이 2017년 개관한다. 홍콩 최초의 근현대 미술관이다. 서구룡문화지구는 3년 전 테이트 모던 관장 출신인 라르스 니티브를 M+ 관장으로 영입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첫 한국인 큐레이터였던 정도련(40) 씨도 수석 큐레이터로 합류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의 장녀인 마웨이중(馬唯中),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멤버인 토비아스 버거 등 15명의 학예팀이 컬렉션 및 프로그램 정비 등에 착수했다. 테이트 모던을 설계한 헤르조그&드 뫼론이 설계하는 이 미술관 규모는 6만㎡(1만8150평), 건축 설계비만 6억4200만 달러(약 7212억원)다.

 정도련씨는 “아트 바젤 같은 유수의 아트페어가 수 년 전부터 홍콩에 진출했다. 7년 전부터 새로운 모델의 뮤지엄 조성 움직임이 일었고, M+가 홍콩·중국·동아시아·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근현대 시각문화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더비와 손잡은 거화문화개발그룹은 베이징 국제공항 인근에 문화예술 면세지역인 ‘베이징 문화 프리포트’를 준비 중이다. 내년엔 ‘TEFAF 베이징’을 시작한다. TEFAF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의 골동 견본시다.

 싱가포르도 지난해 길먼 베럭 문화예술단지를 열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에서 8000만 달러(약 850억원)을 투자했고 세계적 화랑들이 속속 입주했다. 현대미술센터도 개관할 예정이다. 배혜경 크리스티 서울사무소장은 “홍콩 크리스티는 아시아만의 독특한 것을 고민하며 아시아 미술시장의 한 흐름을 이끌고 있다. 중국의 경우 컬렉터가 든든히 떠받쳐주면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해진 시장에 비해 내실이 따르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1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경매된 그림인 치바이스(齊白石·1860~1957)의 수묵화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약 741억원)는 위작 시비 끝에 응찰자가 대금을 치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최근 3년간 16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된 중국 미술품의 절반 가량이 가짜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금 납부가 미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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