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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케팅이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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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정응
HS애드 상무

주제넘게도 최근 처음으로 주례를 섰다. 식은땀이 났다. 삶에서 ‘첫’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첫사랑, 첫아기, 첫 출근 그 밖의 첫 첫 첫. 좋은 일이든 싫은 기억이든 ‘첫’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오히려 세월이 갈수록 더 선명해진다.

 경영에서 ‘첫’은 마케팅적으로 변화를 앞장서서 수행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고, 시장 선도자의 지위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 좀 더 심플하게 표현하면 1등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초의 제품, 최초의 서비스 등 실체적 최초가 반드시 1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1등은 소비자의 인식 속에 ‘첫’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수많은 브랜드 관리자들은 자신의 브랜드로 하여금 ‘첫’이 주는 그 느낌을 영원히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밤낮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까다로운 소비자의 눈높이, 기술의 평준화로 인한 차별화의 어려움 등으로 묘책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인식 속에 ‘첫’을 확보하려면 우선 미(味)의 프레임을 갖춰야 한다. 브랜드는 브랜드만의 고유한 맛이 있어야 한다. 브랜드 이름에서 컨셉트까지 차별화된 고유한 맛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미(美)의 프레임이다. 브랜드는 아름다워야 한다. 미적 가치를 잃지 않고 있어야 첫 느낌의 좋은 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 트렌드를 리드하는 전략적 브랜드 리뉴얼이 필요하다. 브랜드도 늘 아름답게 화장을 해야 소비자가 실망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미(未)의 프레임이다. 브랜드는 여백의 미가 있어야 한다. 요즘 용어로 ‘밀당’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적당히 밀고 당기는 연애 전략이 연인들 서로에게 애간장을 태우듯 브랜드도 소비자에게 애걸복걸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뭔가의 여지를 남겨 소비자가 다가오게 만들어야 한다. 도도한 신비주의 전략, 비싸게 구는 노 세일 전략 등이 이에 해당될 수 있겠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끝’ 시점이다. ‘첫’의 의미를 쥐고 있으면 ‘끝’도 좋다. ‘첫’이 경쟁력이다.

김정응 HS애드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