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안보리 동의 관계없이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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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6일 밤(현지시간) 미 전역에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가운데 백악관에서 '대(對) 이라크 최후 통첩' 기자회견을 했다.

장소는 브리핑실이 아니라 공식 행사 때 주로 사용하는 이스트 룸. 이곳에서 그가 회견을 한 것은 2001년 9.11 테러 직후에 이어 두번째다.

◆ 단독 공격 불사=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돼 있는 대 이라크 무력사용 승인 결의안에 대해 프랑스와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표결을 강행할 것이며 결과에 상관 없이 전쟁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현재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의 무장해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전쟁 개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우리의 안보에 관련된 문제에서 필요하다면 우리는 행동할 것이며 거기에는 유엔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찬성표가 얼마나 나올지에 관계없이 안보리에 표결 처리를 요청할 것"이라며 "이라크가 유엔이 요구한 무장해제에 응했다고 생각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각국이 분명한 카드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에 최종 기회를 한번 더 주는 수정 결의안을 낼지, 아니면 이미 제출한 결의안의 표결을 밀어붙일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연설의 대부분을 이라크전의 불가피성에 할애했다. 그는 "전쟁을 하면 당연히 많은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전쟁을 안하고 후세인이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다가 나중에 대가를 치르는 것보다는 차라리 전쟁이 덜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반전론자들을 달래는 데도 주력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이 발생할 경우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라크 국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하고 수십년간 지속된 독재정권 이후에 정당한 정부가 들어서도록 이라크를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라크 무장해제 안했다"=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독재자는 일부 미사일을 생산하고 파괴하는 공공연한 쇼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 미사일들은 이미 10여년 전에 금지무기로 규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우리 정보기관들은 후세인이 일부 미사일을 파기했지만 그는 그와 같은 종류의 미사일을 계속 생산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라크는 사찰단의 감시를 피해 생화학무기를 숨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일부의 경우 생화학무기 제조 물질이 매 12~24시간마다 다른 장소로 옮겨지고 있으며 주택가의 차량에 보관돼 있다는 정보도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은 테러를 위한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다른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테러범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훈련과 함께 피난처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최후 통첩, "후세인은 떠나라"=부시 대통령은 만약 후세인이 망명한 후 이라크가 무장해제를 한다면 망명도 전쟁을 피하기 위한 '괜찮은(fine)' 결정이라고 말했다. 망명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는 사실상의 최후 통첩이다.

그는 "후세인의 망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각기 다른 국가들로부터 많은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며 은근히 망명을 부추기기도 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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