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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 번째 단독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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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두 번 있었던 일은 기어이 세 차례 반복되는 모양』이라는 국회의장실의 걱정대로 야당은 국회를 세 번째 단독소집해서 8일부터 국회는 다시 개점휴업을 하게됐다. 그러나 이번은 지난 1월의 79회 임시국회나 3월의 80회 임시국회 때의 「조용한 공전」과는 상황이 다를 것 같다. 이는 신민당이 이번만은 하루 이틀 본회의에 출석했다가 마는 것이 아니라 공전을 면하기 위한 최대한의 투쟁을 한다고 벼르는데다 주월국군 문제 등 국회가 다루어야 할 명분 있는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실이나 공화당에서 지난 두 차례처럼 개점휴업 상태로 내버려둔다 면서도 걱정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기류 때문에 여야는 4월에 두 차례나 총무회담을 했다. 공화당은 야당의 단독 소집만은 막아보기 위해 6월에 국회를 열겠다는 굳은 약속을 던졌다. 현오봉 공화당 총무는 야당이 요구한다면 6월 임시국회에 이어 7월 임시국회까지도 할 수 있다고 회유했다. 그러나 신민당에선 5월 소집에서 후퇴하지 않았다. 물론 신민당 일부에서도 또 다시 공전할 것이 명백한 국회를 열어서 뭘 하겠느냐는 주장도 있었지만 그런 주장은 소수에 불과했다.
신민당이 5월 국회를 열겠다는 것이나 공화당이 5월에는 못 열겠다는 것이나 모두 5월31일로 예정된 신민당전당대회와 결부돼있다.
물론 국회라는 정치무대밖에 못 가진 야당으로선 국회를 장기간 닫아 두는 것이 정치의 무대를 잃고 무위의 날을 보내는 꼴이 되니 견딜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은 아니다. 어려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때인 만큼 무언가 국정에 대한 문제제기와 활동을 않으면 야당은 당권싸움밖에 하는 일이 없다는 국민의 불신을 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 위에 공화당이 6월에 국회를 여·야 공동으로 소집하겠다고 하지만 지난해 10월 비상사태 선포와 국가 보위법 통과이래 계속 국회를 외면해 온 공화당을 어떻게 믿겠느냐는 우려도 겹쳐있다.
공화당은 신민당의 이런 정치적 입장을 내다보고 있고 또 공화당 스스로는 국가보위법 단독처리로 야당의 집중공세를 받는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5월 국회를 기피한다.
국회 문이 열리면 보위법을 비롯해 정쟁거리만이 쏟아질 것이고 그래서 이루어지는 정국의 양상은 비상사태 하에서 밀고 가는 총력안보체제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것이 공화당 간부들의 설명이다.
세 번째 단독 국회에서의 신민당의 전략은 우선 3단계다.
첫째는 신민당 의원만으로도 본회의를 열어 의결은 못해도 대정부 질문 같은 토의는 할 수 있다는 것을 활용, 백두진 국회의장에게 대정부 질문을 의장 직권으로 의사일정에 올리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 계산에서 신민당은 국회가 개회되면 즉각 주월군 문제, 미국의 대한군원 문제 등 중요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김종필 총리·김용식 외무·유재흥 국방장관 등 관계 각료의 출석 요구서를 국회에 내놓을 예정이다. 둘째 단계에서도 역시 백 의장에 대한 공세. 즉 본회의 사회를 포함한 의장 직권을 공화당 소속인 장동순 부의장에게 넘겨줄 것이 아니라 신민당 소속인 정해영 부의장에게 넘기라는 것이다. 신민당은 의사당에 소속 의원을 모아 놓고 이런 압력을 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어느 것도 백 의장으로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신민당은 이다음 단계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와 같은 형식으로 회의를 진행, 말하자면 모의국회라도 열겠다는 것이다.
비록 국무위원도 없고 여당 의원도 없지만 의사일정을 마련해 놓고 대정부질문도 하고 대정부 건의안, 또는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질문서 등을 채택하기로 계획을 짜고 있다. 그래서 신민당 총무실에서는 각 당위별로 모의 본회의에 올릴 안건을 간추리고 있다.
이런 계획을 마련해 놓은 신민당 총무단의 한 사람은 『국회의원이 모의국회를 하는 난센스가 될는지 모르지만 국회의원이 국회를 외면하는 이 마당에서 그렇게라도 해야할 것이 아니겠느냐』고 자조 섞인 말을 내뱉었다.
신민당의 이런 공세를 알기 때문에 국회의장실에선 그에 대비를 해왔다.
그 첫째가 의장실이 여·야가 한 발짝씩 후퇴해서 5월20일쯤 국회를 열도록 하자는 제의다. 이것은 실현성보다는 그래도 국회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의장실의 자세를 알리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봤음직하다.
그 다음 백 의장이 제의한 것이 비록 본회의는 공전하더라도 필요한 상임위 활동은 하자는 것.
백 의장은 세 번째 단독국회의 개회사에서 외무·국방 및 경제관계 상위의 활동을 여·야에 촉구할 계획이다.
또 이에 앞서서 이미 격화돼가고 있는 월남전세와 관련해서 국방위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8일 상임위 활동을 위한 총무회담 주선을 제의해 두고 있다.
공화당은 본회의에 출석 않으면서 솔선해서 상임위를 열자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상임위활동에는 신축성 있게 대처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는 신민당이 비록 모의국회(?)이긴 하지만 1주일이나 10일간 본회의장을 점거하여 갖가지 방법으로 대여 비난을 하게되면 시끄러울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외무·국방 등 상위를 열어 야당으로 하여금 정치 색깔이 없는 외교·국방 문제를 다루게 하여 대여 비난을 중화해보려는 계산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 있다.
이처럼 공화당이 상위활동에 적극성을 띠는 것은 신민당은 물론 소속 의원들의 불만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보려는데 의도가 있는 것 같다.
6월 국방당국의 자진보고 형식으로 서둘러 국방위 간담회를 열게 한 것은 단독국회서의 야당의 정치공세를 의식한 정부·여당의 성의 표시 색깔도 있고…. <허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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