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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교통대책 현실성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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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청계천 복원 계획을 놓고 전문가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와 대한교통학회.한국물환경학회.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는 7일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빌딩 3층 국제회의실에서 '청계천 복원사업 관련 1차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학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친환경적인 청계천 복원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의견수렴과 검토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신중히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 교통영향 분석 축소.왜곡=아주대 오영태 교수는 "청계천 복원공사에 따른 서울시의 교통영향 평가가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청계천 복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심과 청계천로.청계고가를 이용하는 차량이 계속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정체로 인해 실제 통과하는 교통량이 감소한 것일 뿐 통과하려는 차량은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더 늘었다는 것이 吳교수의 주장이다.

차량 통과 속도가 현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통과차량이 줄어든 것을 토대로 교통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세운 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또 도심으로 들어오는 주요 진입로의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대책도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산1호터널 북단의 고가를 철거하는 데 따른 우회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도심의 정체가 강남지역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울러 도시 전체의 신호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교통패턴을 파악해 시범운영 후 다시 수정해야 하는 등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도 마구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비판이다.

吳교수는 "가변차로제.일방통행.신호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경찰과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사 시작 전 한 달만이라도 실제 변경된 차선과 신호를 적용해 시범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 주변 개발 시가 나서야=서울시는 청계천 복원 공사를 시 주도로 2005년까지 마친 뒤 주변 재개발은 민간에 맡겨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사업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강남.북의 균형개발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간 위주의 개별적 재개발은 도심 난개발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막중 교수는 "올해 말 도심 관리계획이 확정되는데 청계천 복원 공사가 7월에 착공된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계천 주변은 전.후방 연관관계가 매우 밀접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영세상인들이 재개발 구역 내에서 재정착할 수 있도록 시가 부지를 공급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전기.전자.의류.패션 등 건물 내 수직화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해서는 재개발 지역 내 정착기회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복원사업을 제외한 주변개발은 민간의 몫인 만큼 중점 육성사업 정도를 제시하며 '개발유도'를 하겠다는 대책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한편 崔교수는 "도심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 지역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상업.업무.주거.위락.숙박시설이 한곳에 자리잡는 복합용도로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둔치에 해충 발생 가능성=청계천 복원은 친환경적인 정책임에도 시에서는 물(水) 환경 측면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특히 둔치에 하루살이 등 해충이 크게 늘 수 있고 쓰레기나 수초 등의 퇴적물 등에서 악취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또 장마철 수질 오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집중 호우 때 도로에서 유입되는 빗물이 청계천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가면 청계천은 폐수로 가득 차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정보컨설팅 이인선 대표는 "도로에서 쏟아져 나가는 빗물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ℓ당 최고 250㎎에 달해 거의 하수나 마찬가지"라며 "청계천 양안에 이런 빗물을 저장할 채수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청계천의 용수로 사용키로 한 지하철 역사의 지하수가 수질에 미칠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토론에 참석했던 수원대 이상훈 교수는 "청계천 복원은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대책 없이 서두르는 것은 시장 임기 내에 마치려는 과욕이며 전시행정이라고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최현철.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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