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카페] '종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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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신경숙 지음, 문학동네, 8천5백원

1963년생 소설가 신경숙(사진)은 문학 평론가들의 호평과 대중적인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행복한 경우 중 하나다.

김병익은 그녀의 작품 세계를 '시간의 도도한 흐름 속에 균열돼 부서져 버리는 존재의 괴리, 그 슬픈 아름다움'으로 진단했고 정과리는 '형용사의 문학' 또는 '개인의 욕구와 사회적 폭력 간의 긴장.충돌.오해에서 비롯되는 진동의 공간'으로 표현했다.

최근 그녀가 그동안 문학적 성취 이상의 과찬을 받아왔다는 일부 평론가들의 지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해 말에는 미 하버드대학에서 발행하는 '하버드 리뷰'에 그녀의 초기작 '풍금이 있던 자리'가 번역돼 실렸고, 그녀의 새 책은 평균 20만부는 팔린다.

신간은 2000년부터 지난해 겨울까지 그녀가 각종 지면을 통해 발표한 '부석사''종소리''우물을 들여다보다''물속의 사원''달의 물''혼자 간 사람' 등 중.단편 6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신간을 세상에 떠나보낸 그녀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역시 신경숙 답다'고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신경숙 다움'은 작중 화자들이 수동적이기 때문인가.

"특히 이번 작품집에서는 작중 화자들의 성격 창조에 중점을 둔 것 같다. 내 소설의 주인공들은 결코 수동적이지 않다. 적극적이랄 수는 없지만 강한 정체성 때문에 세계와 끊임없이 불화하는 존재들이다. 세상에 대한 부적응과 수동적인 것은 다른 것이다."

-이전 작품들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한 작가의 세계가 갑자기 완전히 뒤바뀔 수는 없다. 차츰 변해갈 수는 있겠다. 이전 소설들과 비교하면 이번 작품들이 좀더 강렬해졌달까. '종소리''물속의 사원' 등에서는 죽음의 문제를 생각해봤다. 죽음이란 늘 입고 다니는 옷 주머니에 들어 있는 손수건 같은 것이다. 죽음은 생을 돌아 보게 하고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부석사'에서 돌들이 닿지 않고 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틈을 얘기하고 싶었다. 틈은 얼핏 사람 사이의 단절 같지만 오히려 소통을 돕는다. 개인의 고유한 점, 어떤 상처, 틈이나 거리를 인정해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틈까지 짜 맞추는 완전한 결합은 기대하기 어렵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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