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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한국 문제 표결에 수훈 세우고…|휴전 회담 대표 역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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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정말로 우리 외교계의 큰 보배를 잃은 기분입니다.』 『너무나 충격적이라 믿어지질 않습니다.』
이수영 주불 대사의 급서 소식을 21일 전해들은 외무부 당국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무엇인가 믿어지지 않는 표정들이었다.
평소에는 대인관계가 무척 원만하며 성격이 명랑한 편이지만 일을 처리할 때는 누구보다도 냉정하며 부하 직원을 위해서는 모든 책임을 떠맡을 줄 아는 이 대사였기 때문에 그의 죽음은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이 대사 밑에서 얼마 전까지 주불 공사로 있었던 윤하정 외무부 기획관리실장은 그의 편지를 그가 별세하기 하루 전인 20일 받았다면서 『그 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편지에는 곧 있을 「세네갈」출장계획과 「아프리카」지역에 최근 북괴의 침투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대한 걱정을 적었다고.
현직 해외 공관장으로 있으면서 별세한 것은 이 대사가 이묘묵 초대 주영 공사, 엄민영 주일 대사에 이어 세 번째.
이 대사는 53년 판문점 한국대표(육군 대령)로 있을 당시 고 하영태 외무장관에게 그의 탁월한 어학 실력을 인정받아 외무부 정보 국장으로 발탁된 후 지금까지 근 20년 동안 외교계에 몸을 담아 온 중량급 외교관이다.
5·16 후 주 「유엔」 대사로 4년간 근무한 뒤 잠시 공보부 장관직을 맡았었기만 그 뒤 7년간 주불 대사직을 맡아 오면서 「아프리카」 외부에 전력을 기울였다.
「아프리카」에서의 북괴 침투 저지는 「유엔」에서의 한국 문제 표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외교적 승패는 「유엔」외교로 직결된다.
현재는 주불 대사가 「가봉」「세네갈」「차도」「말라가쉬」 등 「아프리카」의 4개국 대사직을 겸임하고 있지만 이 대사가 65년7월 처음으로 주불 대사로 임명된 때에는 16개국을 겸임, 사실상 대「아프리카」외교를 오늘날의 기반에 끌어올리는데 주역을 맡아 냈다.
이렇게 대 「아프리카」외교의 제1공로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 대사는 지난 3월, 우리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북괴와 외교 관계 수립에 합의한 「카메룬」에 박정희 대통령의 특사로 파견된 것이 그의 마지막 「아프리카」 나들이가 되고 말았다.
헌출한 키에 세련된 멋과 풍부한 「유머」를 구사하는 그는 「프랑스」에 주재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 외교 사절단 가운데서 특별한 대우를 받으면서 「파리」 주재 외교 사절들의 친목 활동에도 일역을 담당했다.
「와세다」대학 영문학과 출신인 이 대사는 70년 정부로부터 1등 수교 훈장을 비롯, 64년 자유 중국 정부의 대수경성훈장, 54년 미국 정부로부터의 「리즌·오브·메리트」(공로훈장) 등 4개의 훈장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한명덕 여사와 2남1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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