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양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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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월7일 제16회 「신문의 날」을 맞이하여 신문협회, 통신협회, 편집인협회, 기자협회 등 한국의 4개 언론단체들은 기념대회를 개최하고 올해 행동목표를 다짐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신문의 날」은 우리 나라 언론계가 기념행사를 갖고 지난날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올바른 전진을 다짐하는 날이다.
현대는 바로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시대인데다가 「매스컴」에 있어서도 신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 것이므로 「신문의 날」은 비단 언론계에 종사하고있는 인사들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도 뜻깊은 의의를 가지는 날이라 하겠다.
올해 「신문의 날 기념대회」가 날로 어려워 가는 내외여건을 직시, 이를 극복해나가기 위한 「신문의 양식」을 다시 한번 드높이게 된 것은 큰 의미를 가진 것이다.
대저 「신문의 양식」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견해를 요약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무릇 하루에도 무수하게 일어나는 사회사상 가운데 어떤 것을 대중 전달할 만한 가치 있는 것으로 보아 취재보도하며, 또 기사 중 어떤 것을 중요하다고 보아 거기에다 논평을 가해나가는가는 오직 신문제작자들만이 자주적으로 판단, 결정해야할 일이다. 「뉴스」의 취사선택, 보도나 논평에 있어서 신문을 신문밖에 있는 모든 세력의 압력이나 간섭, 혹은 유혹을 배격해 나가야만 비로소 그 맡은 바 공기로서의 사회적 사명을 다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신문은 제작이나 운영과정에 있어서 자주성·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면제작에 있어서 충분한 양식을 살려 좋은 지면을 독자 앞에 제공함으로써만 작게는 공공의 복지와 국가의 이익, 크게는 인류의 발전과 세계의 평화에 공헌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식은 어디까지나 그 신문사가 추구코자하는 가치관이나 가치체계에다가 기초를 두는 것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가치관이나 가치체계가시대의 변형에 순응하면서도 우리국가나 사회의 안전을 반석 위에 올려놓고, 사회정의의 실현을 꾸준히 추구하며, 국민간의 민주적 단결을 촉구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민족의 중흥과 통일의 대업을 성취해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응분의 기여를 하려는 것이다.
「뉴스」의 첨단을 걷는 신문은 항상 오늘, 현재에 충실해야한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에 대한 외면은 신문의 사회적 사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한 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필요하다면 과거를 들추어 현재의 사적의미를 분명히 밝혀나갈 것이며, 현재를 밝은 미래상과 결부시켜 독자나 국민들이 모든 간난과 시련에 이겨 나갈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신문의 국적이 바로 대한민국임을 잘 알고있는 탓으로 항상 한국과 한국인의입장에서 세계를 보아나가되, 그런 시야가 편협한 「쇼비니즘」에 타하거나 혹은 우리국가·민족이 세계의 흐름을 외면케 하지 않도록 심심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독자에게 흥미를 주는 기사를 계속 제공할 것이지만, 높은 문화의식 밑에 교양에 대한 고려를 앞세울 것이요, 우리의 신문으로 하여금 「좋은 사회교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할 것이다.
한국신문인들은 앞으로 어떤 상황하에서도 나라의 엄중한 현실에 대해서부터 눈을 감거나, 지레 겁을 먹고 그것과의 대양을 회피하거나, 또는 지나친 낙관이나 비관에 사로잡혀 무국적 적 방황을 일삼을 수는 없다. 한국의 모든 언론인들은 그 사시와 윤리강령이 명일부하는 방향을 좇아 밝고 품위 있는 신문, 양식 있는 비판과 현실개혁에의 왕성한 의욕이 충만한 신문 만들기를 자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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