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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월남화 계획」 큰 타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비무장지대를 뚫고 남하한 월맹군의 최근 정면공격은 조심스러운 악관론에 바탕을 두고 전개되어온 몇 갈래의 미국 대월남정책에 심각한 충격을 주었다.
첫째, 전쟁의 월남화계획에의 총격을 들 수 있다. 「닉슨」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월남군의 강화와 미군철수를 병행하여 어느 시기엔가는 월남군이 미공군의 지원만으로 독자적 전쟁 수행 능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가설을 월남정책의 바탕으로 삼았었다. 이제 실질적인 미군전면철수시기를 눈앞에 두고 「닉슨」대통령은 월남군의 자체방위력이 충분하다고 말해왔다. 이번 월맹군의 공세는 바로 이점을 「테스트」하고 있다.
둘째, 「파리」회담에 임해온 미국측의 고자세에 대한 충격을 들 수 있다. 68년 구정공세 이래 공산군이 월남안에서의 군사활동을 대폭 줄이고 전력을 「크메르」 및 「라오스」에 집중시킨 것은 월남화계획의 성공도를 반증해주는 듯 했기 때문에 월남전의 종식에 대한 악관론이 다시 대두되었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월남전이 어떤 형식상의 타결 없이 스스로 사라져 가리라는 소위 『월남전 소멸론(Fadeout)』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고 「포터」대사의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는 미국의 협상태도가 이러한 악관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풍겨왔다. 「닉슨」대통령의 북경방문은 그러한 악관론을 더욱 굳혀준 듯 했다.
「닉슨」의 중공방문을 전후해서 미군기의 폭격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북경에서 돌아온 후에는 월맹이 성의를 보일 때까지 「파리」회담에 불참하도록 자신이 직접 훈령을 내렸노라고, 외교적 관례상 필요 이상의 초강경발언을 했던 것이다. 월맹군의 공격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서 외교면에서의 미국측 고자세를 꺾으려는 군사력의 과시인 것이 분명하다.
전세는 우선 월맹군의 결정적인 우세로 나타나고 있다. 「크메르」 및 「라오스」전선에 대한 지원과 공산군의 중부지방 공격설로 군대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월맹군의 주공점인 북부지역에서는 월남군이 1대2의 숫적 열세에 몰리고 있다.
정면공격이 있을 매 수비군이 초단계에서 패퇴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월남군이 전열을 다시 정비해서 반격의 자세를 취할 때까지 월남군이 미국측 주장대로 과연 자체방위력을 갖고 있는지는 지금까지의 전세가 아니라 앞으로 수일간의 상황으로 판가름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크메르」와 「라오스」에서 공산군이 군사적 우위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월맹군이 유례없이 비무장지대로 정면공격을 가해온 것은 월남군에는 무서운 시련이 될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의 전황은 월맹군이 이번 공격으로 성취하려는 목표가 무엇인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이번 공격이 「파리」평화협상에서 힘의 입장을 쟁취한다는 제한된 목포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보도에서 전하듯 월남 북부도시, 예컨대 「후에」시와 같은 도시를 장악, 소위민족해방전선의 수도로 선포하고 월남의 군사적 통일을 시도하는 길이다.
전자의 경우 전투는 북부지역과 중부지역에 국한될 것이고 월맹군의 남진은 어느 선에선가 중단될 것이며 기간도 짧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전화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어 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경우 비무장지대라는 개념은 무의미해져서 전쟁은 「인도차이나」전역을 휩쓴 전면정규전으로 번질게 틀림없다.
최근 중공의 대미접근에 반발, 친소노선을 택한 월맹지도층이 총력전으로 정책을 바꾼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이 정책이 과연 무력통일에까지 이르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단정하기가 어렵다.
다만 월남전의 종결시기나 방법에 대해 미국과 월맹이 갖고 있는 생각차이에는 커다란 거리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은 월맹측 의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즉 미국은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공중지원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월남군의 전력은 강해진다, 따라서 월맹측은 시간을 끌게됨으로써 오히려 불리한 협상 위치에 빠지게 되리라는 것이다. 반대로 월맹측은 미군지원 없는 월남군은 무력한 것이기 때문에 미군은 철군을 진행하는 정도만큼 협상상의 발언권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지난번 「닉슨」대통령이 발표한 비밀제의 내용이 과거 어느 것보다도 미국측 양보를 보여줬는데도 월맹측이 이를 거부한 것은 사태의 성격속에는 월맹측에 유리한 전망이 내재해 있다는 그들의 생각 때문인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그러한 객관적 상황을 협상「테이블」에서 미국이 무시해 버림으로써 자들은 이번 공세를 취해 실력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세가 어느 한쪽의 결정적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면 양측 실력에 대한 상호간의 편가 사이의 차이가 좁혀져 「파리」협상은 보다 순탄하게 재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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