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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건너오면 … 중저가 아베크롬비, 프라다 옆에 입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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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문을 연 아베크롬비&피치 서울 청담동 매장 내부.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영어를 섞어 쓰며 고객을 맞이한다.

“왓츠고잉온(What’s going on)?” “와섭(Wass up)?”

 12일 오후 7시30분 미국 캐주얼브랜드 ‘아베크롬비&피치’의 서울 청담동 매장. 입구에서 남녀 직원들이 고객에게 속어를 섞어가며 영어로 인사를 건넨다. 점원에게 옷 사이즈나 색상 등에 대해 묻자 “제가 한국에 들어온 지 석 달밖에 안 되는 미국 교포라 한국말을 잘 모른다”고 했다. 매장 매니저에게 “점원을 어떤 기준으로 뽑느냐”고 묻자 “몸매가 좋은 20대 남녀를 압구정 등 서울 강남 지역에서 길거리 캐스팅한다”고 답했다. 개점 행사 때 큰 키의 백인 남성을 동원해 홍보 행사를 열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브랜드는 지난달 31일 청담동 명품거리에 한국 1호점을 열었다. 미국에서 후드 티셔츠 한 벌에 80~100달러(8만6000원~10만7000원) 하는 캐주얼 브랜드인데도 한국 매장은 프라다·루이뷔통·구찌 등 명품 브랜드 옆에 연 것이다. 또 같은 옷이라도 한국 매장이 50% 이상 비싸다. 하지만 매장 안은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고객층으로 문 닫는 시간까지 붐볐다.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김시월 교수는 “영어를 사용하고 고급 브랜드 전략을 쓰는 것은 차별화 마케팅의 전형”이라며 “현지 가격보다 비싼 데도 불구하고 잘 팔리는 것은 ‘집단 속에서 남과 다르고 싶다’는 소비자의 욕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브랜드를 찾는 차별화 심리는 유·아동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국내 유모차 시장은 해외 브랜드가 점령하다시피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2개 브랜드를 빼고는 모두 수입 유모차다. 유·아동용품 전문점인 토이저러스의 경우 국산과 해외 브랜드의 거의 모든 유모차를 취급하지만 올 1~9월 유모차 매출의 99% 이상이 해외 브랜드였다. 국산 유모차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산 유모차 브랜드인 리안의 ‘스핀 2012(69만8000원)’는 지난해 국제소비자테스트기구(ICRT)로부터 100만원대 중·후반인 스토케 엑스플로리, 오르빗 G2보다 높은 등급을 받았다.

◆특별취재팀=최지영(뉴욕)·박태희(오사카)·구희령·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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