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가출 청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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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봄이 되자 가정을 등지고 무단 가출 하거나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 효율적인 청소년 보호 대책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3월 들어 서울역과 용산역에는 하루 평균 15명씩이나 무작정 상경 청소년들이 경찰의 보호 배치를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해마다 이맘때면 무단 가출과 무작정 상경이 늘기 시작하여 8월까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하루 빨리 세워져야 할 것이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71년도의 무단 가출은 무려 1만6천9백63명이나 되는데 그중 32%가 16∼19세의 「하이틴」 들이고 12세 미만도 10%에 달하고 있다한다. 이러한 10대 소년들이 가출하는 동기를 보면 가정이 넉넉지 못해서가 2천8백59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가정불화·가정 방임이 2천명 이상이고 악우와의 교제가 1천5백여명, 가정의 지나친 엄격과 횡포가 각 6백여명으로 나타나 있다 10대 청소년들이 무단 가출하는 큰 이유가 가정 생활의 빈한과 불화 방임 횡포 엄격 악우 교제 등임을 볼 때 가정의 따뜻하고 온화한 분위기 조성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다음에 도시 동경이나 구직 관계 등도 1천4, 5백 명이나 되고 있으며 진학 관계도 다수를 이루고 있어 가출 소년의 방지에는 여러 가지 각도에서 대책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시골에 있는 청소년들이 무작정 상경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는 뭐니뭐니 해도 서울에 만 오면 취직도 되고 성공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시골에서 진학도 못하고 어려움 속에서 농사를 지어 봤자 장래가 없는 생활에서 무작정 뛰쳐나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골 청소년들의 무작정 상경을 막기 위해서는 근원적으로는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3차 5개년 계획 기간 중 농촌에 집중 투자하여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 것을 기약하고 있다. 이 점에서 새마을 운동이 그 본래의 취지대로 성과를 거두어 농민들에게 보다 잘 살겠다는 의욕이 넘치고, 농촌 지역 사회에도 건전한 오락 시설과 교육 시설이 마련되고 농촌의 생활 향상이 이룩돼야할 것이다.
그러나 우선 시급한 과제는 무단 가출자에 대한 응급 대책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10대 청소년 중 여아들은 대개가 역전에 있는「팸프」나 악질 포주들에게 유인되어 윤락 행위를 하게 되고, 남아들은 깡패들이나 우범자에게 끌려가 범죄 수법을 배워 범죄 활동을 벌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들 악덕 포주나 「팸프」며 깡패 등 역전에 우글거리는 악의 사자들을 시급히 추방함이 급선무요, 다음으로는 무허가 직업소개소나 악덕 직업소개소에서 벌이고 있는 인신 매매·소개 행위자를 적발하여 엄중 처단하여야 할 것이다.
무단 가출한 청소년들이 유혹에 못 이겨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뒤 여기에서 탈출하려고 하더라도 이중 삼중으로 감시하고 있는 범죄자들 때문에 다시 붙잡혀 악의 소굴을 헤어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은 통계 자료나 면담 조사 결과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경찰은 이들 악질적인 범죄자들을 엄중히 처벌함과 아울러 역전이나 「버스·터미널」 같은 곳에는 선도 보호소를 만들어 무단 가출 청소년들을 보호 또는 귀향 조치하여야 할 것이다. 또 민간 단체들도 청소년 보호 위원회를 조직, 가출 청소년들을 선도하는데 좀더 성의를 베풀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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