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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돌아온 사람들|중앙 교육 연구소 종합 보고서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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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두뇌 유출 현상을 보는데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세계 산출 (World Output)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 자원은 전 세계적 기초위에 효율성을 토대로 배치되어야 한다는 국제주의적 모형과, 인간 자원의 어떤 최소 수준이 한 국가의 경제 발전에 필요 불가결하고, 그 이하가 될 때 결합된 자원의 성장 가능성이 위태롭게 된다는 국가주의적 모형이다.
통계상에 나타난 한 인도인 철학 박사의 경우, 그는 본국에서 하찮은 말단 공무원 이상의 자리가 없어 미국의 저명한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는 물론 외국에 나감으로써 훨씬 잘 살게 되었고, 그를 받아들인 미국 내지 세계 산출에 기여했다. 그를 내보낸 인도에서도 더욱 못살게 되는 큰 영향은 받지 않았다. 이런 경우 국제주의적 모형을 적용해야하며,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후진국의 빈민촌에는 의사가 없어 죽어 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데 「뉴요크」에서 부인들의 사치병을 치료하면서 잘 살겠다는 의사의 경우 세계적으로 볼 때도 인간 자원의 최적 배치일 수는 없으며, 결국 두뇌 유출은 부유한 나라의 횡포를 조장하는 것이고, 국가 발전을 위해 막아야 한다는 것이 국가주의적 입장이다.
이처럼 어떤 한가지 입장에만 집착하는 정책은 결코 근본적인 두뇌 유출의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없다. 국가주의적 모형은 국내에서 유용한 인간 자원을 최적 배치하기 위한 방법이 전제되어야 하며, 국제 주의적 모형 등 두뇌 유출에 의해 입는 개발 도상국의 손질을 보상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이 앞서야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이 연구의 최종 보고서가 UNITAR에서 금년 말에 나올 때는 어느 정도 규명될 것이지만, 오영환씨 (중앙 교육 연구소)의 이번 연구에서 국내 자원 최적 배치에 관한 대책에 대해 시사를 받을 수 있다.
60년 이후 미·영·독·불·가에서 학위나 자격증을 받고 귀국한 대상자는 8백88명이다.
(표 1) 이를 학위별로 보면 박사 2백86명, 석사 4백70명, 학사 70명, 기타 자격증 62명이다. 이들 가운데 질문지가 회수된 2백50명의 직업별 분포는 대학 교수 64·4%, 연구 기관 13·2%, 금융 기관 10·4%, 정부 기관 5·6%, 기업체 5·2%, 중·고 교사 1·2% 등이다.
거주지별로 보면 서울 75·2%, 대구 7·6%, 수원 4·0%, 대전 3·2%, 부산 2·8% 등의 순. 이를 또 성별로 보면 남자가 88·8%, 여자가 11·2%. 출신도별 분포를 보면 서울 (22·4%) 부산 (1·2%) 경기 (7·6%) 경북 (14·0%) 경남 (8·0%) 충북 (3·2%) 충남 (8·4%) 전북 (4·8%) 전남 (6·8%) 강원 (3·6%) 제주 (0·8%) 이북 (17·2%) 외국 (2·0%)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를 볼 때 전체 국민의 7% 정도인 천주교를 포함한 기독교 신자가 4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된다. 종교의 영향으로 일찍 개화했거나 이것이 유학에 유리한 조건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상자의 대부분이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인지 95% 이상이 국내·외에서 B학점 이상을 받았다. 이들은 또 60% 이상이 중등 교육 이상을 받은 아버지를 가졌으며, 30%가 대학 교육을 받은 아버지를 갖고 있다.
또한 아버지의 47·6%, 어머니의 18·0%가 해외 여행 경험이 있는 가정 출신이다. 배우자의 경우 79·9%가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으며, 9·3%는 대학원 출신이다.
이들이 외국 유학을 하게 된 동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그들을 밀어내게 하는 배출 요인과 외국에서 그들을 끌어들이는 유인 요인이다. 또 이와는 반대로 외국유학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도 있을 수 있다.
공부를 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사람은 87% (국외 77%, 국내 10%)가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그리고 유학국의 교육의 질이나 시설 (80%), 국내에서 외국 유학에 두는 가치 (68%)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또 「세상 풍물」을 구경하기 위해 외국 유학을 했다는 사람도 60%나 되며, 10%는 그대로 남아서 그 나라의 일자리를 갖고 싶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학 중의 경험에서 문제가 되었다고 느낀 것은 언어 (90%),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것 (60%), 고독감 (52·8%), 향수병 (42·8%), 성적 기준 도달 (70%)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외국에 있는 동안 동거 등 주로 사생활 접촉을 보면, 45·2%가 한국인과 동거했고, 그 가운데 18·8%는 배우자와 같이 지냈다. 나머지 32%가 유학국인과, 14·8%가 혼자, 8·0%가 제3국인과 같이 생활했다.
이들은 본국의 사정을 파악하는데 공식적인 「채널」을 갖고 있지 못했다. 60·8%가 친구로부터 편지 연락을 받았으며, 국내의 출판물 등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들의 50·8%가 1개월에 1회 정도도 국내 신문을 보지 못했다.
본국 정부와도 이들은 거의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다. 15%만이 유학 중에 정부 기관이나 민간 고용 단체와 접촉할 수 있었는데, 이것도 연구 기관이나 사립 대학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30% 이상이 귀국 후 직장을 보장받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런 현장은 미 귀국자의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이들 귀국자 가운데서도 유학 후 6개월 이상 취업한 사람이 24·8%이며, 공학 분야에서는 41·5%나 된다. <표 2><표 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들이 귀국하는데 영향을 준 요인은 본국의 정책적인 유인이 아니라, 주로 개인 감정이나 가족 관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외국 유학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시설과 생활 수준으로, 결국 그들은 전공 분야에서의 공헌 가능성을 외국에서 더욱 크다고 보고 있다.
귀국 후 한과 유학국을 비교하여 그들은 한국이 ⓛ지도력 행사의 기회가 많다 (67·2%) ②정책 수립에 참여 (64·4%) ③정실 본위의 승진 (59·2%) ④정치적 연고에 의한 승진 (54·8%) ⑤개인적 연고 본위 (50·8%)이고, 유학국이 ①높은 봉급 (85·6%) ②사회 보장 (81·2%) ③능력 본위의 승진 (73·2%) ④전공 보조원 풍부 (66·8%) ⑤지적 자극의 기회 (62·0%)가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능력 본위의 승진 제도와 생산적 기회만 준다면 국내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아 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귀국후 일자리를 갖고 있는 동안에 그들은 전공에서 최근 동향을 모르는 사람이 중요한 위치에 있다. (71·6%) 주택이 없다 (70·4%) 비교적 낮은 수준의 생활을 해야한다 (70·4%) 흥미 있는 일거리가 없다 (60·8%) 관료주의와 정부의 간섭이 심하다 (59·6%) 등의 문제를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도 가족에의 의무 (49·2%) 애국심 (46·4%) 사회 공헌 (46·4%) 등의 이유 때문에 이겨내야겠다고 보고 있으며 81·6%가 한국에 계속 머무르겠다고 한다. 다만 미정이 12·0%, 외국으로 떠나겠다는 사람이 4·4%가 된다는 것은 돌아오지 않는 사람까지 합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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