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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두뇌유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의 과학기술자와 의사·약사·간호원 등의 해외유출이 날로 늘어나고 있어 국내에서는 학자부족·의사부족·간호원부족 등의 기현상이 점차 심각한 문제로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3천2백62명의 과학기술자의 개별동태 카드를 만들고, 해외에 있는 과학기술자의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97명만이 유치되었을 뿐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영구유치는 41명에 지나지 않는 형편이고 대다수는 임시귀국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기한 3천2백62명의 과학기술자중 석·박사학위소지자는 반수이상이 국외에 체재하고있는 실정도 아울러 밝혀졌다.
우리 나라에서 53년 이후에 해외유학을 간 사람은 1만8백43명이나 되는데 그중 귀국한 사람은 고작 1천4백43명에 불과하여 9천명 가까이가 해외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으며 새로이 미국에 건너간 이민들도 5년간에 1만5천 여명이라고 집계됐는데 그중 과학기술자와 전문학자의 수가 80%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뒤에도 귀국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로 모국에서의 급료가 지나치게 저렴하여 생활급이 되지 못하고, 전문직으로서의 성장가능성이 거의 없고, 외국에서 돌아온 사람이 정착하는데 많은 애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귀국을 꺼리고있다고 전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전문직으로서의 성장가능성을 보장하고 생활급을 지급하여 학자로서의 긍지를 가질 수 있게만 해준다면 그들도 귀국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하겠다. 외국서 귀국한 학자나 전문기술자에 대한 앙케트에 의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시설이 없으며 생활급도 되지 못하기에 전공분야에서의 공헌가능성이나 학문적 업적 성취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탓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들은 또 외국에선 ①높은 봉급이 보장되고 ②충분한 사회보장이 행해지고 있으며 ③능력본위의 승진이 가능하고 ④전공보조원의 수가 풍부하고 ⑤지적자극의 기회가 풍부하다고 동경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귀국자들의 이러한 불평은 그 자체가 정당함을 인식하여 가급적 이러한 애로사항을 제거하여 외국에가 있는 한국의 두뇌를 다시 불러오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외국에서의 생활은 개인본인을 위해서는 안락하고 학문자체에 대한 공헌가능성도 많으나, 지도자적입장에 서기 힘들고 정책수립 등에서 소외되며, 승진에의 상한이 있기 때문에 외국생활에서도 불만이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그들에게 적어도 신분에 상응한 주거시설과 생활환경·승진기회·연구시설의 제공 등을 보장해줄 수만 있다면 이들 두뇌의 국내유입 문제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외국에 가있는 유능한 두뇌들을 환국시키기 위해 우선 국내에서의 인사행정에 관 한 부조리를 제거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유학 후 귀국한 사람들의 가장 큰 불평도 ①정실본위 ②정치적 연고 ③개인적 연고에 의한 승진사례의 횡행을 들고 있음을 상기, 무엇보다도 능력본위의 인사전통수립에 힘써야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학문연구나 과학기술분야에 있어서도 정부의 간섭이 심하고, 관료의 횡포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러한 폐풍의 근절 없이는 일단 돌아온 두뇌도 다시 역 유출할 기회만을 찾게될 것이다.
정부는 두뇌유출을 막기 위해 앞으로 과학기술자나 학자들의 해외유학이나 여행 등을 제한하기로 하였다고 하는바 이러한 소극적인 방법으로 두뇌유출을 방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국내 각 대학과 연구기관들의 도서관시설을 확장하고, 최신 간행물 등을 적기에 도입하여 연구실과 사무실의 시설을 보완하고 숙련된 보조원 등을 공급해주는 것이 필수적 요청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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