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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관에 「시원한 산소」를 우리 나라서 첫 「공급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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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거참, 시원한걸.』-시원한 청량음료를 마시는 기분으로 산소「마스크」를 입에 대고 숨을 크게 들이쉰다. 신선한 산소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자 오염대기에 시달린 교통 경찰관은 금새 피로를 잊는 느낌-. 13일 아침 서울서대문경찰서 최차동 순경(34)은 교통순경을 위해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서울고려병원 심폐기능 검사실(실장 서추영 박사)에 마련한 산소 통에서 「마스크」를 코에 대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유쾌해진 듯 활짝 웃었다. 이 산소호흡은 각종 차량의 배기「개스」에 시달려 만성일산화탄소 중독증에 시달리는 교통순경을 위해 서대문경찰서 (서장 최광수 총경)와 고려병원 조운해 원장의 협의아래 실시된 것.
교통경찰관의 산소호흡은 건강유지의 기본상식.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2시간 근무 후 10분 이상 산소호흡을 하도록 되어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하루 13시간 근무를 해도 아직까지 실시된 일이 없었다.
차량의 한가운데 서서 교통 정리하는 순경들은 사람들이 내뿜는 아황산「개스」 일산화탄소 등 갖가지 배출물에 시달려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 질병의 요법은 산소호흡 이외에 좋은 것이 없다.
고려병원과 서대문경찰서가 합동으로 지난달 서대문관내 35명의 교통경찰의 건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근무 후 전원이 두통을 느꼈으며 이중 29명은 두통에 현기증이 겹치고 있었다.
소화불량까지 겹친 사람이 9명이었고 이 가운데 4명은 현기증·허탈감·소화불량까지 겹쳐있었다.
이른바 만성 일산화탄소 중독증이었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얻은 병원 측과 서대문경찰서는 산소호흡을 권장키로 하고 준비해 왔으며 이날 처음으로 실시한 것이다.
상오 9시30분 근무 후 처음으로 산소를 마신 최 순경은 『꿀맛 같다』며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교통경찰을 괴롭히는 차량배출 오염물질은 교통이 삽체된 지점일수록 심하다.
배기 「개스」중에는 「개설린·엔진」의 경우 4%, 「디젤」은 0.1%의 일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세종로, 을지로, 안국동, 화신 앞 등 주요 도심지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32PPM.
특히 차가 잘빠지지 않는 곳일수록 오염이 심하다. 무색·무미·무취의 일산화탄소는 인체 속으로 들어가 혈액의 「헤모글로빈」과의 친화력이 산소보다 2백10배나 높아 이것들을 호흡하면 혈액 조직간의 산소교환을 방해하는데 각 기관 중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 뇌 기능.
교통순경들이 바로 두통·현기증·청력장애 등의 현상을 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중독증세는 1백% 순수산소를 호흡해야만 혈액 중 일산화탄소에 마비된 「헤모글로빈」의 반감시간을 5분의1내지 6분의1로 단축시켜 이러한 증세의 회복이 빨라지는 것이다.
이날 「산소공급작전」을 전해들은 서울대부속병원 윤덕노 고압산소치료실장은 『교통경찰관들의 산소호흡은 누가 하든지 언젠가는 꼭 실시돼야 했을 심각한 문제였다』라고 감격했고, 연세대의대 공해문제연구소 권숙표 교수도 『근본적으로 필요하던 것이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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