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개정 싸고 강·온파 갈려 … 새누리당, 이슈별 '헤쳐 모여' 진행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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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 문제를 계기로 ‘매파 vs 비둘기파’의 대립 구도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을 지배해온 ‘친박 vs 친이’의 대립 구도는 급속히 소멸하고 있는 반면, 정국 운용 전략을 두고 새로운 ‘헤쳐 모여’가 진행되는 형국이다.

 지난 15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국회선진화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한 의원들은 4선의 남경필·정병국 의원을 비롯해 김세연·황영철·홍일표·이상일·이종훈·이재영(비례)·김동완·김상민·권은희 의원 등 15명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상황이 국회선진화법 도입 취지와는 정반대로 흘러가다 보니 우리 여당 일각에서 헌법소원과 개정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런 것들은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국회선진화법의 본질을 잘못 진단한 처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선진화법은 쟁점이 되는 안건에 대해 절충과 타협을 거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여야가 성숙한 의회주의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면 진정한 선진 정치 구현의 발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상당수가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으로 개혁 컬러가 뚜렷한 인사들이다. 이 중 정병국 의원은 친이 성향이지만 이상일·김상민·이재영(비례) 의원 등은 친박 성향이다. 원래 성명서엔 원조 친박인 유승민 의원과 황우여 대표와 가까운 민현주 대변인 등도 참여하려 했으나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최종 단계에서 빠졌다고 한다.

 선진화법 개정을 주장하는 강경 그룹도 최경환 원내대표와 유기준 최고위원,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 친박계와 심재철 최고위원, 김기현 정책위의장, 정몽준·조해진 의원 등 친이계가 뒤섞여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관한 한 기존 친이-친박 구도가 무의미해졌다는 얘기다.

 당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 찬반 논쟁은 ‘현실론’(개정 추진)과 ‘이상론’(현행 유지)의 충돌이기도 하다”며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정국 고비마다 이런 논쟁 구도가 재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강경-온건의 대립 구도가 차기를 노리는 주자들의 움직임과 맞물릴 경우 여권의 권력 지도를 새로 만드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단 최 원내대표 측은 국회선진화법을 고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탄력을 받긴 힘들게 됐다. 헌법소원 제기도 장기 과제로 돌리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한 당직자는 “아직 상당수 의원들도 국회선진화법의 심각성을 잘 모른다. 식물국회 사태가 속출하면 여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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