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가에 남녀혼성 기숙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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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명의 여대생과 17명의 남자대학생이 남녀 두명, 또는 세 명씩 짝을 지어 공동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성을 사회적·심리적으로 초월할 수 있는가 하는 「은밀한 실험」을 시작했다. 추첨으로 자기 방에서 같이 지낼 상대방을 고른 29명의 남녀학생들은 지난 2월26일, 2주간의 「실험」을 위해 「미시건」대학근처의 남녀혼성기숙사에 짐을 들고 들어갔다.
각 방에는 2개, 혹은 3개의 1인용 침대가 놓여져 있다. 「미시건」대학에서 약8백m 떨어져있는 이 혼성기숙사는 약80명의 대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데 사무실이 대학 안에 있지만 개인소유로 되어있다.
대학이 증가하면서 혼성기숙사가 앞으로 생겨날 움직임이 보이긴 하지만 남녀대학생이 추첨으로 그들의 「파트너」를 뽑아 같은 방에서 공개적으로 동거하는 기숙사는 미국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미국사회의 관심에 대해 오히려 이상하다면서 몇 년 전부터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혼성기숙사에서 동거하는 학생들이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19세의 「더글러스·파이퍼」군은 『동거기숙생은 대학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우리가 성을 초월하거나 「플라토닉」한 생활을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오히려 「뉴스」거리가 될 것이다』라고 한술 더 뜨고 나섰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학교측은 감독권을 포기하고 책임이 없다는 이론을 내세우고 있다. 기숙사가 학교자체의 소유가 아니며 학우들이 택한 거주지를 강제로 변경시킬 수가 없다는 것. 학생들은 추첨을 통해 2인의 남자와 1인의 여자가 있을 방이나 각1인의 남녀가 있을 방을 택하게 되어있다.
남녀가 성 관계로 번질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이 실험의 목적은 아니라고 그들은 항변한다. 여학생과 둘만이 한 방을 쓰는 「피터·팔켄슈타인」군은 『이것이 우리들의 장래 배우자를 구하는데 이익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같은 방에서 지내면서 서로가 성을 초월할 수 있는가를 실험할 뿐이다』라고 시무룩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들이 어떤 이유를 내세우건 제3자의 눈에는 환영할만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듯하다. 부모는 물론 같은 기숙사에서도 이 실험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2학년의 「린·톰슨」양은 『남자 앞에서 옷을 벗지 않겠다는 보장을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실험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근처 사람들은 이 혼성기숙사를 「징기스칸」이 즐기던 「돔」과 같다고 혹평하고있다.
이 실험은 몇 달을 두고 논의되어 오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돌아 29명의 학생이 참여하게 되고 실현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대학당국도 사회의 물의가 없었으면 끝까지 관여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된 마당에서 학교가 승인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처벌할 근거는 더욱 없어 골치를 앓고 있다. 잠정적이긴 하지만 여기에 학교가 관여하게 되면 동창회나 의회, 또는 재정 기부자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게될 것이며, 적어도 2백만「달러」의 손해를 보게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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