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10)의약품 공해|이동식<연세대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몇 해 전에는 「탈리도마이드」란 수면제로써 기형아가 많이 생겨서 전 세계가 떠들썩했듯이 이번에는 「이미플라민」이란 우울증에 쓰는 약으로 기형아가 생긴 것 같다는 의사의 보고가 화제가 되고있다.
「이미플라민」(상품명은 「토플라닐」)은 우울증에 가장 특효가 있다고 되어있는 약이다. 약이란 특효가 있는 약일수록 부작용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의사는 약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검사도 불필요한 것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꼭 해야 할 검사나 투약은 해야한다. 명의는 첫째로 환자에게 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 나라의 여러 가지 공해가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 중의 큰 것의 하나가 의약품 공해다. 첫째로 우리 나라의 법으로는 의약품의 함량이 부족해도 괜찮게 되어 있는 점이다. 못미더워서 외국산 약품을 사용하면 수입품이 아니면 의사가 구속까지 당하는 예가 있다. 구미 각국에서는 두통 약이나 소화제 같은 것 외는 일체 의약품광고는 의사나 약사가 보는 전문지 외에 실리면 범죄를 구성하게 된다. 「이미플라민」에 대해서도 이런 약품은 의사 이외의 일반인에게 팔아서는 안 되는 약이다.
그저께도 어떤 사람이 전화를 걸어서, 내가 우울증 치료에 관한 글을 의사들이 보는 잡지에 실린 것을 보았다면서, 용법을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의사가 진찰을 하지 않고는 어떤 약을 쓰게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시간 봐서 오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의술이 병을 고친다는 생각이 적고 약이나 기계 또는 병원건물이 병을 고치는 줄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의약품 공해를 파고들면 다른 문제와 공통되는 우리사회의 근본적 병리에 부닥치게 된다.
하루속히 우리가 보사부를 믿고, 제약회사를 믿고, 의사를 믿고, 약사를 믿고, 환자를 믿을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