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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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공심장」시대가 멀지 않은 것 같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장 「쿠퍼」박사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인공심장을 이식한 송아지가 한 달 가까이 정상으로 살아있다.
심장이식은 의학선진국에선 이미 상식처럼 되어있다. 다만 생리적인 문제만이 연구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인간심장의 이식은 도덕적인 논란을 제기했었다.
『죽지 않은 심장』을 『죽은 사람』으로부터 떼어내는 작업은 「생명모독」이라는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인공심장의 개발은 그런 문제를 극복하는 하나의 의학 혁명이랄 수도 있다.
인공심장에도 몇 가지 어려운 문체들이 없지 않다. 우선 그 수명이 길어야 한다. 새 심장을 수시로 갈아 끼워야 하는 수술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어려운 일은 따로 있다. 그 인공심장을 가동시키는 「모터」장치를 어떻게 하느냐하는 문제이다. 이른바 전원장치가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수은전지를 써서 겨우 2년간의 수명밖엔 보장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새로운 전원이 연구되고 있다. 이것은 적어도 10년 동안은 작용이 지속된다. 물론 그 후엔 새로운 전지를 갈아 끼워야 할 것이다.
한때 동물의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한 일도 있었다. 돼지심장의 판막을 옮겨 붙여본 것이다. 결국 거부현상을 이기지 못하여 실패로 끝났다. 생명현상도, 생체의 구조에도 인간과 돼지사이엔 상당한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때 누군가는 짓궂게 이런 농담을 해서 폭소한 적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위정자들이 「라이언」의 심장을 이식하면 이 세계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인공심장은 말하자면 생리적인 모든 역조건을 인공으로 극복하는데 매력이 있다. 제2의 생명창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남은 것은 그 값의 문제이다. 의학자들은 한계선을 1천「달러」(약40만원)로 보고 있다. 그 이상의 값이면 「귀족의 심장」은 될망정 대중의 것은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당연한 일이다. 생명은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으니까.
그러나 값이 너무 싸지면 곤란하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가령 철제 강심장이라도 개발되면 누구나 그것으로 바꾸어 달려고 할지도 모른다. 연약한 인간의 심장으로는 이 충격적이고 치열하며, 무기미한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든다는 생각들을 할지도 모른다. 한편 무력한 시정인들은 조악한 약체심장이나 달고 더욱 조마조마한 세상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얘기들은 한낱 과학공상소설에나 나을 법한 환상에 지나지 않지만…. 의학자들의 분발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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