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푸슈킨과 푸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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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호 04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현재는 늘 슬픈 것/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러시아의 대 문호 알렉산드르 푸슈킨(1799~1837)의 이 시, 많이들 알고 계시죠? 이번에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못지않게 챙겼던 행사가 바로 푸슈킨 동상 제막식이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민관산학 협의체인 한러대화(KRD)가 푸틴 대통령 방한에 맞춰 개막한 3차 포럼의 주요 행사이기도 했죠.

‘지각 일정’ 논란에도 그는 을지로 롯데호텔 앞에서 열린 제막식에 참석해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제단에 붉은 장미 다발을 헌화하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에서 ‘문화강국’ 러시아의 힘이 느껴진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사실 푸슈킨은 러시아 문화의 아이콘입니다. 러시아작가동맹으로부터 푸슈킨 동상을 기증받은 고려대 허승철 교수(노문학)는 “러시아에는 학교나 공원마다 우리 세종대왕처럼 푸슈킨의 동상이 있으며, 러시아인들은 푸슈킨의 생일인 6월 6일을 문화의 날로 기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한러대화 3차 포럼에서는 문화교류 차원에서 러시아에 한국 작가 동상건립 얘기가 화기애애하게 오갔습니다. 무릇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게 마련이죠. 문화라는 건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동상이 단순한 청동 덩어리가 아닌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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