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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시 가군 옮기자 … 연·고대는 나군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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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대가 발표한 2015학년도 입학전형 개편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대가 내년에 정시모집군을 가군으로 바꾸기로 하자 15일 서울 소재 대학들 중 상당수가 우수 학생 유치의 득실을 따져 연쇄적으로 내년도 정시모집군을 조정했다. 서울대와 내년에 모집군이 겹치게 된 고려대·연세대는 모집군을 가군에서 나군으로 바꾸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정시에선 가·나·다군 등 세 모집군별로 수험생이 한 개 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대학으로선 고육지책으로 모집군을 바꾸는 것이다.

 앞서 14일 서울대는 정시모집군을 기존 나군에서 현재 고교 2학년 대상의 2015학년도엔 가군으로 앞당기고 정시모집 비율을 높이는 것을 포함한 입학전형 개편안을 발표했다. <본지 11월 15일자 1, 8면> 서울 소재 대학 중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는 가군, 서강대·서울대는 나군에서만 정시 선발을 해 왔다.

 연세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수험생들이 다양한 지원 기회를 제한받지 않도록 하고 ‘눈치작전’ 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정시모집군을 나군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고려대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험생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며 모집군을 나군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서울대와 같은 모집군에 남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지원자 감소 사태를 막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대 때문에 정시모집군을 바꾸게 된 고려대·연세대는 불쾌감을 표시했다. 전국 대학들은 내년도 전형계획을 15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하게 돼 있었다. 서울대는 정시모집군 변경 방침을 13일 서울 소재 대학들에 통보하고 다음 날 확정 발표했다. 박승한 연세대 입학처장은 “우리 대학이 가군에 남는다면 수험생들의 대학 선택 기회가 줄어 민원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수험생들은 눈치작전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종호 고려대 입학처장도 “입학전형 확정 시한을 코앞에 두고서 서울대가 모집군 변경을 발표한 것은 책임 있는 처사가 아니다”고 했다.

 고려대·연세대의 대응은 여타 대학으로 여파가 미쳤다. 서울대와 같은 나군에 속한 서강대는 이날 “고려대·연세대가 나군으로 오기로 한 만큼 우리 대학은 내년 정시에서 가군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가·나군 모두에서 정시 선발을 해 오던 대학들은 현행을 유지하되 주력 모집군을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화여대는 “입시 정책이 자주 바뀌면 수험생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가군에 남기로 했다.

 정시모집 비율을 확대한다는 대학도 여럿이었다. 전체 모집인원 중 정시 선발 비율을 ▶건국대는 40→46.8% ▶서강대는 27.7→34.9% ▶이화여대는 36→40% ▶중앙대는 30→40%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내년에 논술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여타 대학들은 폐지 대신 논술 선발인원 축소를 택했다. 연세대는 수시에서 논술을 반영해 선발하는 학생을 833명에서 750명으로 10% 줄이기로 했다. 서강대는 이런 학생 을 540명에서 468명으로, 경희대는 1250명에서 1040명으로 줄인다. 고려대는 의대·사범대의 인·적성검사와 면접을 폐지한다. 서울 소재 사립대들은 이날 대교협에 “이번만큼은 전형계획 제출 뒤 수정을 하는 것에 대해 예년처럼 대학평가에서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건의해 추가로 전형계획을 바꿀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정봉·민경원·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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