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치·수의대 진학 … 내년부터 문과생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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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교 2학년부턴 문과생이라도 서울대 의대에 진학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가 건축학과 등 일부 학과에 도입한 문·이과 교차지원을 2015학년도 입시부터는 의대로도 확대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주요 사항’을 확정해 14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기존의 간호대·건축학과 외에 의대·치대·수의대에도 문과생 지원이 허용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과 수학(수학B)과 과학탐구 대신 문과 수학(수학A)과 사회탐구를 치른 수험생에게도 응시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50년 넘은 문·이과 구분 제도의 폐해를 줄이자는 취지다. 박재현 입학본부장은 “의대 등의 문과생 진학 허용은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융합학문의 시대정신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고교 때 정한 문·이과 구분을 대학 학과 선정에까지 적용해 학생들의 진로 결정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방문석(재활의학) 교수는 “대학에서 문과를 전공하다 의대 본과에 편입한 학생들도 무리 없이 학업에 적응하고 있다”며 교차지원 허용을 환영했다. 서울대가 의대 진학에서 문·이과 장벽을 없앰에 따라 이에 동참하는 타 대학들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입시 개편안에는 이외에도 ▶정시 선발 비율 17.4%(2014학년도)에서 24.6%로 확대 ▶정시에서 논술·구술면접 폐지 ▶정시 전형 간소화에 따라 모집군을 ‘나’군에서 ‘가’군으로 변경해 합격자 발표를 1월로 앞당기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육계 안팎에선 서울대가 정시에서 수능만으로 선발하는 데 대해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수험생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로 환영한다”는 입장이 많았다.

 대학들은 2015학년도 대입 전형안을 15일까지 확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울대 발표에 대응해 정시 모집군 변경 등을 검토하느라 제출을 늦추는 대학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 구안규 입학팀장은 “다음 달엔 201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수험생에게 발표해야 하는 만큼 대학들로선 이달 중 결정을 마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시윤·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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