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없었다" 말 남기고 사의 밝힌 정준양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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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양(사진) 포스코 회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정 회장은 15일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정 회장은 “국제적인 무한경쟁 속에서 업종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2009년 3월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3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은 2015년 3월까지인 두 번째 임기를 끝내지 못하고 중도 퇴진하게 됐다.

 정 회장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청와대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올 9월 포스코에 대한 특별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 퇴진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 “사의 표명 과정에 외압이나 외풍은 없었으며 내 거취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와 소문이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전하면서 외압설을 부인했다. 정 회장은 당초 다음 달 20일 정기 이사회에서 사의 표명을 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달 8일 있었던 이사회를 전후해 사퇴가 기정사실화한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이사회는 이에 따라 조만간 CEO후보추천위를 구성해 차기 회장 선임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포스코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로만 구성되는 후보추천위는 회장 후보 자격이 부여되는 사내 등기이사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한 뒤 주총 2주 전까지 최종 1인을 선정해 주총에 추천하게 된다. 포스코 주총은 내년 3월 14일이라 내년 2월 말에는 새 회장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 회장을 제외한 포스코 사내 등기이사로는 박기홍·김준식 사장, 장인환·김응규 부사장이 있다.

 하지만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외부인사를 ‘CEO가 될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외부인사의 회장 선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포스코 안팎에서는 외부인사 중 경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 차기 회장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민영화(2000년) 이후 처음으로 고 박태준 전 회장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거물급 외부인사가 회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후보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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