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교수들 월급 대느라 ? 등록금 비싼 이유 따져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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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비싼 대학
앤드류 해커·클로디아 드라이퍼스 지음
김은하·박수련 옮김
지식의 날개, 340쪽
1만7000원

하버드대에 입학하면 마이클 샌델의 ‘정의(Justice)’ 수업처럼 매번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을까. 미 명문대의 민낯을 공개한 이 책의 저자들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샌델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며 ‘하버드의 전반적인 학부 교육이 보통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은 아이비리그에서 잘 알려진 비밀’(87쪽)이라고 폭로한다. 교수들은 강의보다 개인 연구에 더 집중하고, 강의는 시간 강사에게 맡기며 어차피 ‘학벌’이 필요한 학생들도 이를 용인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등록금은 평균 25만 달러(2억 6825만원)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저자인 퀸스대학 정치학과 명예교수 앤드류 해커와 클로디아 드라이퍼스 뉴욕타임스 기자는 ‘왜 이렇게 대학이 비싸졌나’라는 의문으로 취재를 시작한다. 미 전역의 대학을 돌며 관련자를 면담하고 자료를 수집한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탕진하고 있다는 결론은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추천사처럼 ‘시의적절하고 도발적’이다.

 책을 읽고 나면 머릿속에 박혀있는 미 명문대의 환상이 와르르 무너진다. 거의 모든 학교의 가장 큰 지출은 학부 강의가 아니라 종신교수의 월급이다. 강의를 잘하든 못하든 죽을 때까지 월급을 받는 종신 교수야 말로 ‘명분 없는 철밥통’이란 것이다. 학문 연구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목 아래 시작된 이 제도는 사실, 수많은 시간 강사를 착취하며 유지된다.

 교수 안식년제 등 각종 특혜, 화려한 교내 시설, 불필요한 행정직 증가, 미식축구부 같은 운동부 운영, 홍보비 등도 등록금을 올리는 원인이다. 결국 학생들은 학교의 겉모습과 평판을 가꾸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평생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거리는 셈이다.

 이쯤 되면 속사정은 다를지언정 한국의 풍경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묘수가 없다면 이 책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저자들은 마지막 대목에 ‘양심대학’을 소개하며 대안 찾기에 나선다. 화합과 시민의식을 교육 과업의 중심에 둔 올미스대, 연간 등록금이 4290달러(약 460만원)이면서도 수준 높은 강의를 지향하는 래리턴 밸리대, 컴퓨터 기반 수업을 개설하며 혁신을 거듭 중인 플로리다골프코스트대 등이 그 예다.

 여러 대학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 중 등록금이 없는 쿠퍼유니온대학이 인상적이다. 공학·미술·건축 분야의 유망주를 발굴하는 이 대학은 재정적 압박이 있었지만 ‘공기나 물처럼 대학도 무료로 운영하라’는 설립자의 방침을 꾸준히 지켜나가고 있다. 최고의 교육을 받으면서도 갚아야 할 대출금이 없는 학교, 고등교육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이나 학부모, 교육정책 담당자, 대학 관계자 등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대학은 다음 세대가 미래를 건설하도록 도와야지 미래를 저당 잡히도록 해서는 안되므로’(167쪽).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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