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전 칠기…집념의 영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6전7기』- 일곱 번째 응시하여 이룩한 집념. 목표달성을 위한 강한 의지가 거둔 영광이었다. 대학입학검정고시 출신의 박용기 군(21·서울 성북구 장위동 221의1)은 올해 경희대입학시험에서 법대법률학과를 지망하여 전체수석을 차지했다. 박 군의 성적은 4백50점 만점에 3백90점.
5·16장학금으로 충남 강경 중을 졸업한 박 군은 경기 고에 응시했으나 낙방, 1년 동안의 시험준비 끝에 67년 5월 검정고시 전과목에 합격할 수 있었다. 곧장 대학입학을 위해 서울대법대에 응시했으나 내리 5번이나 떨어졌다. 그와 같이 졸업한 중학동창은 고교를 졸업하고도 이미 대학교 3년에 올라갔다. 남보다 한 걸음 앞지르려다 오히려 5년이나 뒤 처진 박 군은 그래도 집념을 버릴 수가 없었다.
서울대법대에 떨어지고 후기 대학에는 응시하지 않았으나 이번만은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올해 7월에 입대예정으로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대학진학을 포기해야 할 판. 그래서 경희대에 응시했다.
박 군은 5남 때 중 장남. 그의 입학작전을 돕기 위해 시골서 제과업을 하던 아버지 박창운씨(47) 는 6년 전 가족을 데리고 서울로 이사했다. 서울 장 위 동에서도 보기 드문 초가집에 전세 3만원 짜리 방1간을 얻고 살아왔다.
지금 박 군의 아버지는 미장이로 간신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지만 학비를 대기는 어려웠다. 공부할 방이 없는 박 군은 지난5년 동안 시립도서관이나 국립도서관에 개근했다.
최근에는 이웃 사설도서실에서 일을 도와주는 대신 무료로 공부하고 잠을 잘 수 있었다.
『앞으로 사법고시 준비를 해야겠다』고 포부를 밝힌 박 군은 자기가 걸어온 입시위주의 과거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지 못했고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무엇보다도 안타깝다는 것.
대학에는 교양서적을 탐독하여 참답고 정상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