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수근(38), 방송인 탁재훈(45·본명 배성우)·김용만(46·집행유예 2년 선고)은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축구 매니어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것도 2008년 축구동호회 회원 한모(37)씨로부터 “휴대전화로 쉽고 비밀스럽게 도박을 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서였다. 이들은 각각 2억9000만~13억원을 도박자금으로 썼다.
가수 토니안(35·본명 안승호)과 방송인 붐(31·본명 이민호), 그룹 신화의 가수 앤디(32·본명 이선호), 개그맨 양세형(28)은 연예병사로 함께 복무하던 2010년 불법 도박에 빠졌다. 휴가 중 들른 주점 주인 김모(37)씨의 꾐에 넘어갔다. 부대 밖 행사에서 쓸 수 있도록 지급받은 휴대전화로 각각 2600만~4억원을 걸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상습도박 혐의로 이수근·탁재훈·토니안 등 18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도박 액수가 5000만원 미만인 붐·앤디·양세형 등 3명을 약식기소(벌금형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39억~143억원 규모의 도박장을 개설한 한씨 등 2명은 도박 개장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연예인을 도박장으로 끌어들이고 한씨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매니저 김모(32)씨 등 8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연예인들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경기 승리팀을 예측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돈을 거는 일명 ‘맞대기’ 방식의 도박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패 예상이 맞으면 건 돈에서 개장자가 수수료 10%를 공제한 뒤 연예인의 은행 계좌로 송금한다. 예상이 틀리면 연예인들이 건 돈을 개장자 계좌로 송금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도 동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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