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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독트린 뒷받침하는 아시아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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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글러」백악관대변인은 「닉슨」의 중공방문 후 귀로에 공식대표단의 일원인 「마셜·그린」차관보가 한국 등 아주제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소수정예와 실무위주로 짜여졌다는 이번 공식대표단은 ①외교담당 ②국무성의 「아시아」통 ③보도담당으로 구성, 그 가운데 외교는「키신저」, 내정(중공방문과 선거와의 관계)은 「홀더먼」, 군사는 「스코크로프트」(공군준장)가 각각 맡아, 이들 3인조가 「브레인·트러스트」의 핵을 이루고있다.
특히 국무성의 동아시아 및 - 태평양문제담당차관보인 「마셜·그린」씨가 대표단의 일원으로 포함되었다는 것은 한국, 중화민국, 월남 및 일본 등 중공외곽의 「아시아」제국에 대해 미묘한 암시를 던져주고 있다.
「그린」차관보의 수행은「닉슨」과 중공지도층과의 정상회담이 양국간의 직접적인 상호 관심사만을 토의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아시아」의 제3국에 관한 문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될 것이며 그에 관해 실질적인 의견교환이 반드시 있으리란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린」차관보는 앞서 「지글러」대변인의 북경방문에도 동행, 「렝킨즈」·「채핀」양씨와 더불어 「닉슨」·주은래 회담의 향방을 사전탐사 한 바도 있는 만큼 인지문제,「아시아」에 있어서의 미군사력의 장래문제, 미·일·중공의 세력균형문제, 대만문제 등에 관한 토의에 있어 실무적인 사항을 담당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문제의 토의가 그의 존재로 인해 과연 어떠한 지향성을 띨 것인가 하는 것은 「마셜·그린」외교의 일반적인 성격을 분석해봄으로써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3년간의 스웨덴주재 1등 서기관직을 빼놓고는 30년간의 외교관생활을 전적으로 아시아에서 보낸 그는 「아시아」인 특유의 감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러한 「아시아」인의 감성적 이해를 토대로 해 그가 취해온 외교전략의 「키·포인트」는 『친미반공지도자들을 돕되 그들을 정치적으로 난처하게 만들지는 않는 방법을 쓰는 것』이며, 경제원조도 국제적인 다변조직 즉 국제 차관단을 통한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현지 지도자들에게 자주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프리·핸드」를 주는 것이다.
이 「패턴」은 오늘날 「아시아」의 「아시아」화를 주장하는 「닉슨·독트린」과 너무나도 잘 부합하는 것이다.
「예일」대 졸, 39년 주일대사관 근무로 시작해서 65년 인니대사로서 재직하는 동안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 「그린」차관보는 「유머」의 명수에다 「브리지·게임」과 「골프」를 즐기는 신사.
「수카르노」의 반미폭언을 묵묵히 참다가 곁의 미인을 바라보고 『당신이 너무 예뻐서 「수카르노」의 말을 하나도 못 들었다』고 보기 좋게 역습한 일화로 유명하다.<유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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