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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성씨 동생 필화에게 편지·가족사진·선물 등 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삽보로=조간오특파원】「삽보로」총영사관 김정섭 영사는 12일 하오2시 「삽보로」 「로열·호텔」 「하꾸라꾸노마」에서 내외기자회견을 갖고 북괴 한필화 선수의 오빠 한필성씨가 총영사에게 보낸 서한과 가족사진·선물 등을 공개했다.
필성씨는 편지를 통해 『작년에 동생과 만날 뻔했다가 북괴의 흉악한 정치적 장난의 제물이 되었다』고 전제, 『동경까지 가서 만날 장소까지 마련하고 1시간이상 기다렸으나 동생이 나타나지 않아 쓸쓸히 귀국했을 때는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으며, 귀국 후에도 몇달 동안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필성씨는 이어 『필화가 다시 「삽보로·올림픽」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만나러 갈 것인가를 부부간에 며칠을 두고 상의했으나 또다시 북괴의 정치적 장난에 꼭두각시가 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남매간의 상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현재 판문점에서 진행중인 남북한 적십자회담이 순조로이 진행되고있어 머지않아 판문점에서라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필화가 좋은 기록을 남겨 줄 것을 빌겠다』고 말했다.
한씨는 『작년에 국제전화로 들은 필화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선하다』면서 『그때도 필화는 북괴의 무서운 감시 때문에 할말을 다하지 못 했을 것으로 생각하며 북한에 있는 부모님이 자기 때문에 화를 입을 것을 염려하고 있지만 자기로서는 부모·동기간과는 헤어지더라도 자유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매듭지었다.
지난달 21일 우리선수단이 일본을 향해 떠나기 전날 한씨는 체육회로 선수단의 조동하 단장을 찾아 삽보로 송찬호 총영사에게 보내는 이 같은 서한과 가족사진·부부사진·독사진과 함께 우리나라 명산물인 자개꽃병을 위탁하면서 삽보로에서 이 편지 내용과 가족사진·선물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삽보로」총영사관은 선수단이 도착한 즉시 필화에게 이 물품들을 전하려고 했으나 「스포츠」에 정치를 개입시키지 않으려는 배려와 필화선수가 좋은 기록을 내는데 지장이 있을 것을 염려하여 모든 경기가 끝난 12일 하오 이 같은 사실을 공표하고 즉시 「올림픽」조직위에 필화선수에게 갈 선물과 사진을 기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본기자를 비롯, 외국기자 약50명이 모여 남북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정에 동정하는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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