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의 외원 삭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 상원은 4일, 오는 6월30일로 끝나는 1972 현 회계연도 예산으로 총 규모 23억8천9백22만1천「달러」의 외원 지출 법안을 가결했다. 이보다 앞서 작년 12월 미 하원은 총 26억7천2백55만5천 「달러」규모의 외원 지출 법안을 통과시킨바 있다.
이처럼 상·하 양원에서 각각 다른 내용으로 통과된 이 외원 지출 법안의 차액은 곧 양원협의회에서 조정될 것이라고 하지만,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미 상원이 외원 지출 법안에 있어 그 액수를 거의 반감토록 대폭 축소, 통과시켰다는 사실이다.
미 상원이 통과시킨 외원 법안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제 원조 12억3천9백22만1천 「달러」와 무상 군원 3억5천만「달러」, 지원 원조 4억「달러」, 무기 판매 차관 4억「달러」등을 포함한 안보 원조 11억5천만 「달러」로 돼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미 상원이 끝내 무상 군원의 전체 규모를 삭감하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는 점이라 하겠으며, 이는 당초 행정부가 요구한 7억5백만「달러」보다 50% 이상이 삭감된 것이다. 특히 당초 행정부가 요청한 전기한 액수의 무상 군원 가운데에는 대한 군원 2억3천9백40만「달러」가 포함돼 있었으나 이번 상원의 대폭적인 삭감으로 미루어 한국은 1억8천만 「달러」선의 군원을 받는다해도 다행한 편이라고 한다. 이렇게 될 때 한국군 현대화에 차질을 가져올 것은 거의 틀림이 없는 것이다.
여기 우리로서 우선 요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상·하 양원 협의회에서의 무상 군원 예산 재조정 과정을 통해서 하원이 통과시킨 규모인 5억5천2백만「달러」만이라도 그대로 회복되어 그 중에서 한국에 할당되는 액수가 최대의 것이 되도록 고려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은 주한미군 2만 감축과 더불어 이미 국군 현대화 5개년 계획을 확약한바 있었다. 군원 삭감으로 국군 현대화 계획에 차질을 가져오면 그것은 한국의 방위에 차질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한 공약에 대한 불신임을 사는 결과도 될 것이다.
우리는 미 상원을 비롯해서 일부 의원들이 외원을 삭감하려는 명분이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미국의 외원이 반드시 효과적으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위시해서 요즘 국제적으로 감돌고 있는 평화 지향적인 추세와 함께 「새로운 원조 시대」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없지 않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의 원조를 가장 효과적으로 살리고 있는 나라일 뿐만 아니라 그 동안에 있었던 대한 방위 공약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초의 계획은 그대로 실현되어야만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주변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든 한국에서의 군사적 균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절대로 필요한 것이며 이는 전통적인 한·미 유대로 보아서도 반드시 실현되어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대한 원조에 관한 한 항상 특별한 고려가 있을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 또한 당초 계획된 미국의 대한 군원이 관철되도록 전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