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새는 교실 우산 받쳐들고…|대림재건학교 이남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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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돈 없어 학교에 못 가는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꿈을 안고 10년전 대림재건학교의 문을 연 이남하씨 (32)의 끈질긴 집념은 올해 2월26일 11번째의 졸업생 1백38명을 내게 되었다.
그 동안 이 학교를 거쳐간 졸업생만 줄잡아 1천3백명.
정규 중학 졸업생과 같은 자격은 주어지지 않지만 배움에의 꿈을 버리지 못한 청소년들이 이 학교를 찾아 줄을 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 882의 2, 20평짜리 건물은 너무 낡아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앉아 수업을 받아야 할 정도다.
학생은 남자 52명 여자 86명으로 모두 1백38명. 대부분이 국민학교만 마치고 공장에 다니거나 신문팔이하는 직업 소년 소녀들. 16∼17세가 가장 많지만 13세 어린이로부터 22세 청년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이들은 매일 저녁 7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1년 동안 중학 과정을 마친다. 수업료는 무료. 매달 재건 국민 운동 중앙회에서 발행하는 중학교본 책값 2백원만 내면 된다.
선생님은 교장 이남하씨를 비롯한 7명. 상업·현역 군인·대학생 등 각자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 보수 없이 1주 2∼3시간씩 과목별로 수업을 맡고 있다.
대림재건학교가 문을 연 것은 61년4월19일. 당시 성균관대학교 법정대학 1년에 재학중이던 이남하씨가 마을 청년들이 국민학교를 마치고 집에서 놀면서 불량배로 타락하는 것을 보고 「덴마크」의 국민 고등학교와 같은 학교를 세우자고 발벗고 나섰다는 것.
이씨는 모든 역경을 물리치고 이 땅에도 「덴마크」의 「그룬트비그」가 일으켰던 청년 교육 운동을 일으켜 보겠다고 지금도 꿈에 부풀어 있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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