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중공 방문…제1막(1) 새 「아시아」의 전개|「스튜어트·헨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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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 정치의 전후 구조 개편에서 결정적인 이정표가 될 「닉슨」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북경 방문이 드디어 21일에 실현된다. 49년 중공 창설이래 단절되었던 미·중공 관계의 개막을 이룩하는 반면, 중공으로선 왕년의 『진치간의 형제적 우의』를 다짐하던 우방 소련과의 긴장 관계를 한층 약화시킬 「닉슨」-모택동·주은래 회담은 과연 무엇을 논의할 것이며, 그들의 대화는 「아시아」 정세, 나아가서는 앞으로의 국제 정치를 어떤 방향으로 정립시킬 것인가. 성급하게 『「아시아」 평화 공동 선언』을 예측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닉슨」 북경 방문은 방문 그 자체만으로 의의가 있는 것이지, 무슨 실질적인 성과란 기대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본사는 이 회담에 관한 세계의 저명한 평론가들의 예측과 분석, 그리고 이 회담으로 파생되는 강대국의 역관계와 부수적인 갖가지 측면에 관한 논평을 모아 다음과 같은 순서로 「시리즈」를 특집 한다. 【편집자주】
「닉슨」 미 대통령은 오는 21일부터 중공 지도자들과 역사적인 회담을 갖는다. 그들의 초기의 정책 목표들은 신중한 것이나 이로 인해 빚 질 궁극적 결과는 수 세대에 걸쳐 여러 국가와 여러 국민을 좌우할 운명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닉슨」 대통령과 중공 수상 주은래는 이 정상 회담이 기본적으로는 22년이라는 중공의 쓰라린 고립에 이은 미·중공 관계 『정상화』의 절차를 밟기 시작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절차가 필요한 첫 단계임은 분명하나 「워싱턴」과 북경 사이의 대립 관계를 이용하던 나라들의 정책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닉슨」 대통령은 중공이 국제 무대의 주류 속에 적극적으로 뛰어듦으로써 미국·중공·소련 및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4극화된 힘의 균형』이 가능하리라 믿고 있다.

<소련의 의구심에도 신경>
여러 저명한 「아시아」 문제 연구가들도 이것이 「닉슨」의 새로운 「아시아」 정책 구상인 것으로 믿고 있거니와 백악관은 이 같은 특수 문제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고는 있으나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닉슨」의 구상이 바로 『4극화된 힘의 균형』임을 시인하는 한편 이러한 그의 계획은 그의 특별 보좌관 「헨리·키신저」의 마음에도 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닉슨」은 다른 나라들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대중공 관계 개선을 이룩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를 바꿔 말하면 미국을 지난 1955년의 자유중국 방위 공약을 계속 준수 하겠다는 말이다.
이 같은 발언은 또 미국이 중공과 결속하여 소련에 대항할 의향이 없음을 「크렘린」 당국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가 북경을 방문한다는 바로 그 사실이 「크렘린」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든 것이다.
미·중공간의 참다운 우호 관계는 국제 열강의 힘의 균형을 재평가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키신저」 자신은 소련과 중공 사이의 계속되는 분쟁이 「유럽」전선에 대한 「크렘린」의 지배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주은래도 소련과 일본의 의도에 대한 중공의 우려가 대미 관계 개선을 모색키로 결정함에 있어 강력한 요인이었음을 명백히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 진전이 「아시아」에 보다 큰 안정을 가져올 4대 강국간의 힘의 균형을 이룩할 수 있는 참다운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믿고 있다.

<중공 의도 파악이 목적>
「브루킹즈」 국제 문제 연구소의 「도크·바니트」씨는 이 같은 힘의 균형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들 4대국 중 어느 나라이든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이 균형을 조작할 수 있는 변동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면서 이들이 이 평형을 깨기 위해 서로 『결탁』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공은 이 같은 견해에 찬동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나 중공은 소련과 일본이 언젠가는 동맹하여 지난 30년대와 40년대에 일본으로 하여금 중국 영토의 반을 점령할 수 있도록 한 사태를 다시 조성하리라 우려하고 있다.
「허드슨」 국제 문제 연구 소장 「허먼·칸」 박사도 역시 소련과 핵 군비를 갖추고 재기하는 일본 사이에 일종의 동맹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을 지적한바 있다.
북경 정권이 그들의 장기 계획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는 확실치 않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접 강국들의 의도에 대한 그들의 우려가 주은래로 하여금 「닉슨」과의 회담을 결정하도록 만든 요소가 된 것이다.
주은래는 1만1천2백65㎞에 달하는 중·소 국경 연변에 배치된 소련의 1백만 지상군과 1천대의 항공기들이 던져 주는 위협에 언급했는데 중공 지도자들은 급격히 확장 중인 중공의 핵전 잠재력에 대한 재래식 소련 폭격기에 의한 선제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
미 정부로서는 아는바 없으며 따라서 「닉슨」이 북경에서 탐색코자 노력하리라 짐작되는 문제가 바로 중공이 소련의 적대 행위와 또한 실제이건 상상이건 간에 일본 팽창주의의 가능성에 대처하는 방책으로서의 대미 우호 관계 수립을 향해 어느 정도까지 접근해 올 것인가라는 문제인 것이다. 「키신저」 보좌관은 「닉슨」과 중공 지도자들 사이에는 제3자에 관련된 문제, 즉 중·소 관계나 월남전 문제에 대한 정면 토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들이 미·중공간의 문제에 한정된 토의 목표를 설정하기를 원했으리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을만 하다. 「닉슨」의 중공 방문 계획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그를 위한 하나의 큰 정치적 「플러스」를 의미하고 있으며 그가 중공 방문 계획을 마련했다는 사실만도 미 행정부의 대 「아시아」 정책 수행 노력에 진전이 이룩됐다는 징후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에 큰 기대 말도록 경고>
그러나 「닉슨」은 그의 중공 방문을 통해 이렇다 할 문제 타개책이 마련되지 못할 공산도 크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또한 그의 중공 방문의 성과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의 중공 방문에 큰 기대를 걸지 말도록 경고하고 있다.
한편 주은래도 제한된 토의 목표를 논해야만 할 그 나름대로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다.
즉 그는 「닉슨」과 월남전 해결책을 흥정할 것이라는 인상을 「하노이」 정권에 주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주은래는 또한 그의 온건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공 군부 일부의 반발을 고려해야할 입장에 있다.
미국이나 중공의 지도자들의 과감할 행동을 제지하는 「아시아」 문제의 복잡성과 또 의구심으로 인해 상호간의 깊은 이해 증진과 안정은 일조일석에 이루어질 수 없게 마련인 것이다. <필자 upi 통신 외교 문제 전문가>

<차례>
①새 아시아의 전개 「스튜어트·헨슬리」
②닉슨-모 가상 대화 「폴·프랑세스키니」
③정상화의 실마리 「스탠리·카노」
④속 앓이 하는 소련 영「이코너미스트」지
⑤대통령의 정상 회담 「조지·볼」
⑥유례 없는 준비 작업 (상·하) 「프레드·볼루멘털」
⑦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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