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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제국화한 소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0년대 중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해군력에 있어서는 미국 보다 월등히 뒤떨어졌던 소련이 그 동안 해군력 증강에 주력한 결과 최근에 이르러서는 미국에 거의 맞먹는 해군력을 갖고, 4반세기 동안 지속했던 미국의 『해상에서의 우위』에 대해 중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소련이 해군력 증강에 본격적으로 주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6년 「아랍」「이스라엘」의 『6일 전쟁』에서 「아랍」측이 치욕적인 패배를 맛보았을 때부터였다고 전한다. 그 당시 지중해는 미 해군의 독무대로 『미국의 내해』와 다름이 없었는데, 이 해양 제압을 배경으로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이 속전속결로 「아랍」측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던 것이다.
이에 심각한「쇼크」를 받은 소련 정부 수뇌 층은 소련이 그 세계 정책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해군력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후 해군력 증강에 계속 박차를 가해 왔었다. 이제 그 결과가 오늘의 소련을 거대한 육상 제국인 동시에 해상 제국으로 변모케 한 것이다.
근착 「타임」지에 의하면, 미국은 공격용 항모에 있어서는 아직도 소련에 대한 우위를 견지하고 있지만, 구축함이나 핵 잠수함의 보유량에 있어서는 미·소간에 별로 큰 차이를 볼 수 없게 됐고, 순양함이나 재래식 잠수함의 보유량에 있어서는 오히려 소련이 우세하다고 전하고 있다. 해군력에 있어서는 거의 보잘 것 없던 육상 제국 소련이 짧은 시일 안에 이처럼 그 열세를 만회하여, 미국과 맞먹는 해상 제국이 된 지금, 그들은 그 인접 해양인「발틱」해나 동해에서는 물론, 심지어 대서양·지중해·인도양·태평양 등 소련 영토와는 멀리 떨어진 해양에서까지도 평시 작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년말 인·「파」 전쟁의 결과로 인도는 소련의 전략 기지가 되었다. 이 전쟁에서 소련은 인도를 도와 승리케 한 결과로 그 둘의 육상 병력과 해군 병력은 드디어 인도 남단에서 손을 잡게 되기까지에 이르렀다.
소련은 지난날 대영 제국과 미국이 지배하던 동남아 5개국이 국제 정세의 급변으로 불안을 느껴, 평화·중립을 선언하게 되자, 이들을 유인하여 자국의 세력 범위에 끌어들이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게 되었다. 이 야심을 구현키 위해서는 「페르샤」만이나 인도양까지 진출한 소련 해군이 힘을 가지고, 상기 5개국의 평화·중립 노선을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미국의 해군력과 맞부딪치게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이리하여 중립 인도를 결정적으로 소련 측에 기울게 하고 인도양에다가 소련 세력을 진출케 한 것은 최근 수년래 미국 세계 정책의 일대 실패로 보는 비판적인 견해가 미국 안에 유력해져 가고 있다. 중공과의 화해·접근으로 「아시아」로부터 「파워·폴리시」를 후퇴시키면서 현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소련의 적극적인 진출로 소련에만 어부지리를 주는 것이라고 하면, 미국의 「닉슨·독트린」은 그 구체적 실천면에서 근본적으로 재검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월1일 「워싱턴」으로부터의 보도는 미국무성이 인도양과 「페르샤」만 주변에 미·소 양국의 군사력 배치를 규제하기 위한 협상의 가능성을 타진키 위해 소련과 접촉해 왔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어느 정도 주효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현재 미국은 협상에 의해서이건, 해군력의 증원을 통해서이건 소련 해군의 이 이상의 동진을 막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핵 「미사일」의 포화 상태』로 전면 전쟁을 치를 수 없는 조건 아래 국지 전쟁의 수행이나 세력권의 개편에는 재래식 무기가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되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해군력이 지니는 역할과 기능이 압도적으로 커졌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소련이 이미 미국과 맞먹는 해상 제국이 되어 필요하다면 세계 어떤 해양에도 출동할 수 있는 해군력을 갖게 되었다는 전략 상황의 기본적 변화를 인식하고 우리의 안보 문제를 생각토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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