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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칼' 푸정화, NSC까지 손 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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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의 스타 경찰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황태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 중화권 매체인 보쉰(博訊)은 푸정화(傅政華·58) 국무원 공안부 부부장 겸 베이징 공안국 국장이 새로 신설되는 중국 국가안전위원회의 비서장에 임명될 예정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은 전날 폐막된 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중국판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라 할 수 있는 국가안전위의 신설을 결정했다.

 비서장은 NSC의 사무국장 격이다. 미국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자리를 맡을 정도로 위상이 막강하다. 보쉰은 또 푸정화가 동시에 공안부장에 임명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8월 부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몇 달 만에 부장으로 승진한다면 상당한 파격이다.

공안부장은 한국의 경찰청장 직무에 해당하지만 중국에선 장관급이다. 공산당 1당 집정제 유지를 위해 경찰력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중국에선 공안부장이 다른 부장들에 비해 막강한 권력을 누린다. 현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은 실질적 권한은 크지 않은 당 중앙정법위 부서기에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푸정화는 경찰 간부론 드물게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사다. 1973년 입당한 그는 베이징 공안국 수사관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주로 수사 계통 직책들을 두루 거쳤다. ‘마약통’으로 불릴 정도로 마약수사 분야 1인자로 꼽혀 왔고, 2003년 선양(沈陽)에서 근무할 땐 현금 수송 차량을 폭파해 220만 위안(약 3억8700만원)을 턴 강도들을 곧바로 잡아들여 명성을 떨쳤다. 베이징시 공안부국장 시절 베이징 올림픽과 60주년 국경절 행사를 무사히 치른 공로로 2010년 베이징시 공안국장에 임명된 그는 곧바로 시내 유명 룸살롱 단속에 나섰다.

 당시 톈상런젠(天上人間) 같은 룸살롱은 접대부들이 포르셰를 몰고 다닐 정도로 호화로웠다. 유력 태자당 인사나 중앙군사위원회 고위 간부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때문에 경찰이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푸정화는 이들 룸살롱을 기습 단속,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해 단숨에 전국구 스타로 부상했다. 철통 보안과 결단력이 거둔 성공이었다.

 이후 그는 매체들의 관심 인물이 됐다. 12일엔 그가 평범한 공안 간부 복장으로 나타나 산하 파출소에서 순찰과 검문 활동을 벌인 일이 보도되기도 했다.

 시진핑은 올 3월 국가주석에 취임한 후 푸정화를 고속 승진시키며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 주석이 푸정화에게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의 부패 사건을 조사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리도록 지시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푸정화는 우빙(吳兵)과 궈융샹(郭永祥) 등 저우융캉의 측근들을 체포해 조사했고, 시 주석은 수사 결과를 자신에게 직접 보고토록 했다.

 지난 8월부터 유언비어 유포 등 혐의로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유명 블로거와 논객들을 대거 잡아들여 처벌한 일도 푸정화의 작품이다. 지난달 28일 벌어진 천안문 차량 돌진 사건 때도 그가 진두지휘해 가담자 색출에 나섰다. 푸정화에 대한 시 주석의 총애에 대해 보쉰은 그가 시 주석의 친척 2명과 친밀한 관계라는 점이 작용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보쉰은 또 시 주석이 국가안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이변이 없는 한 멍젠주(孟建柱) 중앙정법위 서기가 부주임에 임명될 것이라고 전했다. 검·경과 사법부를 통괄하는 정법위 서기가 부주임을 맡는다는 건 국가안전위가 외교·안보뿐 아니라 공안과 기율, 여론전까지 포함한 국내외 전반의 주요 사안을 다루겠다는 얘기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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