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의 교육-심한 지적자극은 전인적 발달에 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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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모들은 누구나 자녀들이 잘 되기를 소망하고 또 남보다 더 영리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어린이들을 잘 교육시키려 하여 여러 가지로 애를 쓴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적 노력은 그 자녀가 교육적으로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반면 잘못되면 아동의 건전한 발달을 해롭게 할 수도 있다. <박성수 (한국행동과학연구소연구원)>
특히 부모들이 아동들의 학교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나 취학 전 어린이의 지적 능력의 개발을 위해서 지적 활동을 지나치게 강조하매, 아동의 건전한 전인적 발달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흔히 학교성적이나 사회에서의 출세는 그 사람의 지식이나 지능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되고, 그래서 어려서부터 많은 지식을 가르치고 지능을 개발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큰 착오이다.
왜냐하면 학교성적은 가정의 심리적 풍토와의 상관이 지능과의 관계보다 훨씬 높고 사회에서의 출세는 학교의 성적이나 지능보다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 말은 지능의 조기개발이나 학교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그에 앞서 아동기의교육이란 그 정서적 면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의 여러 가지 능력을 신장하고 꽃피우며 활동의 방향을 짓고 촉진하는 것은 정서와 심리적 풍토이다. 정서가 갈 조화되지 않거나 불안정 할 때 아동의 경험의 시계는 좁아지기 탐색적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에 능력의 개발은 제한되며 심하게 의부세계와의 접촉이 단절되면 정신 분열적인 자기환상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잘 안정되고 조화되면 스스로 경험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 외부세계와의 폭넓은 접촉을 가지게 되며 결국은 여러 가지 능력의 발달을 촉진하게 된다.
이러한 정서의 안정과 조화는 대개의 경우 가정의 심리적 풍토에 달려있다. 그리고 가정의 심리적 풍토란 부모들의 행동에 좌우된다. 학교성적이나 지능개발과 같은 지적 면에만 신경을 쓰는 가정에서 자란 아동의 경우 다른 능력을 개발하기 어렵게 되고 한걸음 더 나아가 부모들이 바라던 지능발달이나 사회적 성공자체에는 큰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우선 부모들은 아동에게 자기 마음대로 놀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동의 자유스러운 놀이가 중요한 교육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럴 때에만 아동은 여러 가지 탐색적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 자유스러운 탐색적 활동은 아동능력의 개발과 성격형성에 대단히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동들에게는 자기표현의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 자기표현의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어린이는 성인이 되어도 표현에 많은 곤란을 느끼게 된다.
자기표현이란 우선 자신의 감정과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동이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면 그의 지적 판단력과 감정은 둔화되고 성격은 비뚤어지기 쉽다. 그러나 자기 표현의 기회를 충분히 준다면 사고와 감정을 분명히 하고 승화시킬 뿐만 아니라 표현의 적절한 방법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아동기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립적 행동을 키워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동이 부모의 명령이나 눈치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할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만약에 이러한 정서적 면과 심리적 풍토를 고려하지 않고 지적교육만을 강조한다면 지적 능력을 물론 다른 능력의 발달과 성공적 사회생활이 어렵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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