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채의 은행보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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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기업사채발행에 대한 은행보증제도를 실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한다.
재무부 지시로 한국은행이 그 실시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제도시행을 구상하게된 직접적인 동기는「1·17」금리인하 조치로 인한 은행저축 둔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즉 3차 5개년 계획에서 요구되는 내자 비율의 획기적인 증대라는 명제와 금리인하에 따른 은행 저축 증가의 둔화라는 모순을 보완하기 위해 자본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더욱 증대되어 이를 은행신용과 「링크」시킴으로써 자본시장 육성을 기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은행이 기업발행 사채를 보증하는 한 자본시장에 상장되는 기업사채의 지불문제는 해결된다 하겠으며, 따라서 발행사채의 금리수준만 적절하다면 사채에 대한 수요를 충분히 유발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더우기 기업사채에 대한 과세압력이 가중됨으로써 사체거래가 차츰 둔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지투기 요인이 사실상 배제되다시피 한 이 시점에서 지불이 보증된 사채에 대한 매력은 크다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채발행이 은행보증으로서 매우 손쉬워 질수 있다는 장점은 확실한 것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은행 경영에 미치게 될 문제점들도 결코 소홀히 다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첫째, 기업이 발행하는 사채를 은행이 지불 보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담보를 은행이 취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사채로서 성가를 가질 수 있는 기업이라면 상대적으로 대기업이어야 할 것이나, 이들의 대부분은 이미 차관과 은행융자 때문에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기업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증권시장에 상장할만한 기업이 적격한 담보를 은행에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지급 보증을 하는 경우, 사채 상환기에 은행이 대불하는 사태가 벌어지리라는 것은 결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둘째, 은행이 보증하는 사채가 충분한 매력을 갖는 것이 되려면 보증사채의 이율이 은행예금 이자율보다 유리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그것을 보증한 은행은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즉 예금감소 요인을 형성할 사채를 보증함으로써 은행업무의 확장영역을 스스로 잠식하게 될 것인데 이는 분명히 경영원리상 모순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모순을 은행에 강요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며 결국 보증기관을 은행으로 해서는 아니 된다는 논이 성립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장기채 시장과 이론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비 은행 금융매개체 즉 보험 등 업체에서 그 보증 업무를 맡도록 검토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셋째, 은행보증 사채가 궁극적으로 차관지보 대불과 유사한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이라면, 구태여 금리체계를 왜곡시키면서 보증사채 발행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는 것 인가도 신중히 재검토 해야할 것이다. 국민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볼때에는 내자가 예금형태로 동원되든 주식 또는 사채형태로 동원되든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 재무구조 상에 차이가 생길 뿐인데, 그 차이가 결국 은행 신용에 귀착되는 것이라면 별로 큰 뜻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 보증채가 1백% 대불현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 기업재무구조가 은행 신용과 관계없이 어느 정도 개선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대불이율이 높아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것도 또한 부인할 수 없다면 그로써 은행업무가 더욱 교란될 소지가 많다는 점을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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