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이상 건조…곳곳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8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동방창고 화재 사건이 난데 잇따라 9일 밤10시쯤 서울 종로구 장사동173 세운상가「가」동 2층 양품부에서 또 불이나 19개 점포를 불태우고 1시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구정대목을 위해 상인들이 들여놓은 많은 상품이 불타 2천여만원(상인들 주장)의 재산피해를 냈다. 세운상가의 큰불은 이번이 5번째로 4번이나 연속 「가」동에서 났고 나머지 1번은「다」동(당시 중화 요정 외백) 에서 발화했었다. 치안국은 전국적으로 계속된 이상건조로 화재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어 10일 전 경찰관 및 소방관에게 화재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이날 세운상가 경비원 이병호씨(32) 등 2명이 2층의 닫혀진「셔터」틈으로 연기와 불꽃이 번져 나와「셔터」를 열어보니 양품부 마열 299호 제일사(「라이터」점포·주인 윤상현· 38)에서 불길이 치솟아 밤10시5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곧 30여대의 소방차가 출동, 2층 양품부의 유리창을 깨고「호스」를 밀어 넣어 물줄기를 댔으나 밖에서 불 쪽이 보이지 않고 연기만 계속 번져 나와 2층 중간지점의 방화벽 철책을 뜯어 차단했다.
경찰은 이 철책을 통해 불타고 있는 2층으로 들어가 물줄기를 집중, 1시간만에 불길을 잡았다.
이날 밤 불길이 번지자 5층에서 8층까지의「아파트」주민 1백50여 가구 1천여명 가운데 4백여명은 경찰의 지시에 다라 종로 쪽 출입구를 통해 대피했으며 나머지 주민들은 경찰의 『남아 있어도 좋다』는 방송을 듣고 잔류, 인명 피해는 내지 않았다.
점포를 닫고 귀가했던 상인들은 화재소식을 듣고 달려나와 불타는 상품을 건지려고 뛰어들려 했으나 50여명의 기동경찰이 제지했다.
경찰은 화인을 일단 누전으로 보고 변전실 당직이었던 김부국씨(20)를 연행했으나 김씨는 이날 밤8시40분쯤 2층의 전기「스위치」를 내려놓아 누전이 될 수 없다고 진술하고있다.
이 밖에 경찰은 처음 발화한 제일사 점포 주인 윤씨와 경비원 2명도 불러 화인을 조사중인데 바로 작년 1월16일에도 이곳에서 불이 났으나 경찰이 아직 화인을 가려내지 못한 채 또 다시 불 난 것이다.
경찰은 피해액을 5백여 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라열 285점포 주인 김점수씨(37) 등 상인 27명은 구정 대목을 위해 들여놓은 물건이 2천여 만원은 된다고 말했다.
한편 화재감식 전문사 지영대씨는 상가나 공장같이 전기 사용량이 밀집되는 곳은 합선과 누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말하고 이런 곳에서는 과전류 차단기·누전 차단기가 각 회로에 설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세운상가에는 지금까지 누전 차단기나 과 전류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