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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촌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의 북미방공사령부는 작년 2월20일 전 미국의 TV와 「라디오」 방송국에 이런 휘호를 보낸 일이 있었다. 방송국들은 즉시 정규「프로」를 중단하고, 미국대통령에 의한 비상사태선포를 전했다. 적의 「미사일」이 북미주를 공격한 것에 대한 비상조치였다.
물론 그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암호경보는 40분만에 취소되었다. 이번 경보소동은 잠시나마 『진주만의 재판이 아닌가』하는 충격을 미국민들에게 준 것이 사실이다. 대량전달시대에 그 정도의 충격만으로 가라앉은 것은 차라리 다행한 일이다.
불행한 연상은 이 경우 얼마든지 가능하다. 「콜로라도」주 「샤이언」산에 장치되어 있었다는 미방위경보망의 그 문제녹음「테이프」가 그대로 돌고 있었다면 사정은 심각해졌을 것 같다. 방공사령부는 필경 공격「미사일」의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이 「미사일」의 발사를 탐지한 적도 역시 대항「미사일」을 쏘았을 것이다. 삽시간에 북미주는 전화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현대의 전쟁은 이른바 『자동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실감 있는 이야기다. 촌각을 다투는 탐지, 탐지, 탐지의…연속 속에서 사태의 내막을 분별할 겨를도 없이 포화는 자동장치에 의해 발사되며, 결국 이것은 대전으로 확대된다. 문제는 그 「탐지」가 기계의 착오로 일어날 경우, 이 일을 어쩌냐는 것이다.
사실 이런 사고는 미국에서 여러 번 현실로 나타난 적이 있었다. 비행기가 시동을 하는데 「비상」이 취소되기도 했고, 「미사일」을 겨냥하다가 말기도 했었다.
현대국들 사이에 「하트라인」이 가설된 것은 그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기계의 착오일 경우 그 비상전화로 상대방에게 알릴 수 있다.
바로 지난 31일 「워싱턴」에는 『한국전재발』의 촌극이 벌어졌던 모양이다. 한 외신에 따르면 「워싱턴」정가는 긴장하려다 만 것 같다. 그 이상의 상보가 없어 궁금하지만 결코 유쾌한 일은 못된다. 이것 역시 경보의 착오 아니면 철없은 정치인의 농담일 수도 있다. 그 어느 경우이든 불쾌하긴 마찬가지이다.
전쟁은 단순히 기계의 착란으로 일어나기엔 너무도 처참한 사건이다. 더구나 농담거리가 될 만큼 즐거운 행사는 아니다.
세계의 선량한 시민들은 전쟁을 극복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 전쟁은 직면하기보다는 극복하는 것이 더 슬기롭다. 「워싱턴」의 『한국전재발』설은 새삼 우리의 슬기를 깨우쳐주는 찬물이 됨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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