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국내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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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2년의 국내경제는 내외여건변동에 적응키 위한 각 분야의 진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불황이 더욱 확대, 심화될 전망이다.
산은은 단기경기예측에 관한 보고서에서 1·4분기 경기는 지난해 4·4분기보다 크게 후퇴할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한은과 기타 각계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다소 회복될 기미가 있긴 하지만 72년 한해를 관류하는 경기의 기조는 역시 불황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은은 1·4분기(1∼3월) 중 광공업생산이 지난해 4·4분기 대비 4%의 감소를 보이는 동시에 판매감소(3%), 재고증가(2%)가 현저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특히 기업의 자금사정은 호전될 기미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있다.
한은의 하영기 조사담당이사 역시 72년 상반기 중의 통화공급은 제한적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하반기에 가서나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 결국 자금사정은 계속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그 밖의 여러 분야에 관해 관련기관의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선 국제수지면에서는 ①국내경기의 진정화와 국제시장정세의 변동 등으로 인한 수출애로 증대 ②국내산업구조상의 수입의존도 경직화로 인한 수입의 계속 강세 ③무역외 수지악화 ④자본거래면의 애로증대와 원리금상환부담 증가 등으로 어려운 점이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투자는 지난해에 이어 계속 저조할 것이다. 반면 국공채 및 사채발행시장이 활기를 띄게 됨으로써 민간유휴자금의 생산자금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전망이다.
물가는 지난해보다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공공요금인상·수입억제·환율인상·고미가정책 등의 등귀요인이 많긴 하지만 이는 동시에 소비억제효과를 가속화,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완만한 상승율을 보여줄 거라는 것이다.
서울상대의 변형윤 교수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으나 산은과 기타 경제계전문가들은 대부분이 지난해에 비해서는 다소 『안정적』일 것으로 보고있다.
전경련의 김립삼 부회장은 원가는 오르지만 판매가격은 정체되어 기업 수지를 크게 압박, 불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커다란 요인의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으며, 방협의 이병언 부회장 같은 이는 경제외적 요인에 물가가 크게 좌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72년도 국내경제의 각 분야에 대한 전망이 이렇듯 밝지 못한 이상 업종별 경기전망도 대체로 어두울 수밖에 없다.
올해의 기업경기를 주요 업종별로 보면 우선 제조업에서 가장 비중이 큰 섬유 중 화섬업계는 원자재의 국산대체촉진과 정부의 수입억제대책과 관련, 면·모 등 천연섬유시장에 대한 침투가 활기를 띠게됨으로써 호황이 예상되나 앞에든 면방과 소모방업계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특히 면방업계는 내수가 30% 이상 감소, 결국 수출증대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업은 정부의 공사발주는 물론, 민간공사량이 크게 둔화, 불경기가 예상되며 특히 정부의 부실건설업체 정비계획에 따라 통·폐합 현상이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건설업의 침체는 「시멘트」·철강재 등의 건축자재 업계에도 불황이 계속될 것임을 뜻한다. 올해 「시멘트」수요는 18% 이상 증가하기 어려울 전망이며 철강업계는 수요감퇴와 과잉시설 때문에 커다란 홍역을 치르게 될 것 같다.
자동차공업·운수업·제약업계 등이 지난해 이상으로 사정이 어려울 전망이며, 맥주·청주·청량음료 「메이커」들도 불경기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 결과 특히 청량음료업계에서는 「코카」「펩시」칠성 등 삼파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여타 업체의 휴·폐업, 또는 통·폐합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제지 역시 사정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며 제당업계는 과잉시설과 원료구득 사정악화로 가동율이 저하될 것이다.
이에 반해 제분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계속 호황을 구가하게 될 전망이며 TV와 냉장고·선풍기 등의 전기기기「메이커」들도 괜찮을 것 같다.
특히 지난해 미국의 밀작황은 대풍으로서 수입여건이 쌀보다 훨씬 좋아질 것으로 업계는보고 있다.
한편 석탄광업 역시 정부의 유류소비억제, 가격현실화 방침 등으로 활기를 띨 것 같으며 합성수지는 건설중인 석유화학공업의 완성을 계기로 새국면을 맞는 해가 될 것이다.
울산에 건설중인 계열공장들은 유공의 「나프타」분해「센터」가 5월께 완공되는 것을 비롯, 한양화학의 「폴리에틸렌」, VCM공장 등이 차례로 가동될 예정인데 현안의 수입억제계획과 관련, 이 분야에서도 강력한 국산대체는 물론 적극적인 수요개발대책까지 동원될 가능성이 짙다.
끝으로 한가지 특기해야 할 일은 올해에는 정부가 적극 육성할 계획으로 있는 방위산업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며 이 분야에서 활기를 띠는 업종이 하나 둘 생겨날 것이라는 점이다. <변도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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